자신의 반려동물이 수술을 받고 예후가 좋지 않다가 결국 사망했다고 해보자. 수의사의 의료과실이 의심될 때 중요한 단서가 무엇일까? 바로 진료기록부이다. 그런데 수의사의 진료기록부는 의무 공개 대상이 아니다. 의료기관에서 사람의 진료기록부를 공개할 의무가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법적 근거를 살펴보면 의료법 제21조 제1항은 의료인, 의료기관의 장이나 종사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환자에 관한 기록 공개를 거부하지 못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그런데 수의사법에는 이러한 내용의 조항이 존재하지 않는다.
진료기록부의 의미
진료기록부를 검안서, 진단서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수의사의 검안서나 진단서는 진료기록부와 달리 공개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수의사법 제12조 제3항). 진료기록부에는 진료의 과정에서 투여한 약물, 검사 결과 등에 대한 상세한 기록이 담겨 있다. 반면 검안서나 진단서는 사망이나 질병 자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쉽게 말해 진료기록부의 키워드는 ‘과정’이고 검안서, 진단서의 경우는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의료 과실에서 입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은 진료기록부이다. 진료의 과정에 대한 기록을 통해 의사의 과실이 있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진료기록부 공개
미국 대부분 주에서 진료기록부 공개를 의무화하고 있다. 가령 California Veterinary Medicine Practice Act의 BUSINESS & PROFESSIONS CODE §4855에 따르면 “수의사는 보호자의 요청 시 환자의 의무 기록의 요약본을 제공해야 한다.”라고 명시한다. New York Consolidated Laws, Education Law §6714도 수의사의 의무 기록 제공 의무를 언급한다. 구체적으로 “수의사는 동물 소유자의 요청에 따라 적절한 시기 내에 의무 기록을 제공해야 한다.”라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진료기록부 공개에 관한 논의
수의사의 진료기록부를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반려인이 진료기록부를 확보할 수 있다면 소송을 제기하지 않더라도 분쟁을 해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물론 동물병원 의료 사고가 발생했을 때 진료기록부를 확보할 방법이 있다. 가령 문서제출신청이나 사실조회촉탁신청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런 방법은 소송이 제기된 후에 가능하므로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 수 있다.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자가 진료를 우려할 수 있다. 진료기록부를 공개하게 되면 진료 내용이 일반인에게 공개되어 위법한 의료행위가 성행할 수 있다. 이는 의료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진료기록부를 공개해야 하나
진료 항목을 표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것이 실현된다면 진료 행위는 상당 부분 공개되는 것이다. 진료 방법의 공개로 진료의 투명성도 확보할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진료기록부 공개에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 다만 공개의 범위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필요하다고 본다. 자가 진료에 대한 우려를 종식하는 차원에서도 그러하다. 공개 기간과 방식 등에 대해서도 고려해 보아야 할 것이다. 관련 논의의 불씨가 붙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