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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무지 Apr 03. 2024

브래지어가 사라졌다…?!

소멸

작년 여름, 엄마가 기발한 아이템을 발견했다며 내게 자랑을 해왔다.

그건 다름 아닌 브래지어.


엄마가 착용한 모습을 보자

나는 빵- 터져서는 낄낄 웃음을 감추지 못했지만,

사실 너무나도 편안해 보여 부러웠다.


눈을 반짝이며 하나 달라는 내 말에 엄마는 YES를 외쳐주었고 원통에 들어있던 새 브래지어를 꺼내 내게 전달해 주셨다.


나는 양말만큼이나 브래지어를 착용하는 것을 끔찍이도 싫어한다.

답답하고 나를 꽉 조이는 듯한 느낌이 나에게는 코르셋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겨울에는 춥기 때문에 따뜻함을 이유로 착용하기는 했지만, 최대한 윗 속옷을 입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나로서는 해당 제품을 보고 환호성을 외치지 않을 수 없는 것이었다.

그렇게 나는 추운 겨울을 제외한 모든 계절에 이 브래지어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끈적이가 그렇게 강력해?’라고 묻는다면

‘정말 강력하다’라는 대답과 동시에 나는 집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많아 속옷을 착용하지 않는 관계로, 사용 횟수가 적어 남들에 비해 더 오래 쓸 수 있었다는 점을 참고해 주시길 바란다는 멘트를 더하고 싶다.


아무튼 그러던 며칠 전부터 끈적이가 힘을 잃어가고 있었다.

’조만간 얘랑은 이별해야겠다~‘라고 생각하면서도

남은 끈적이까지 완벽하게 사용하기 위해 꾹꾹 눌러 붙여 밖을 오다녔다.


오늘도 역시나 함께한 패드.

집 근처에 있는 스타벅스를 방문해,

앉아서 커피를 마시고,

화장실도 한 번 다녀오고,

카페 근처도 한 바퀴 걸어주고,

집에 와서 엄마에게 이 친구의 남은 수명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었다.


“엄마! 나 이거 이제 새 거 하나 또 줘야 돼! 얘 끈적이 다 떨어져서 죽어가!!”

하며 하나씩 떼고 있었다.

그런데 왼쪽만 있고…

오른쪽은 아무리 찾아도 없는 것이다…


“엄마!!!! 없어!!!! 한쪽이 없다고!!!!”

하… 도대체 나는 어디에 흘린 것이었을까?

카페 테이블 밑?

카페 화장실 안?

길거리?

혼자 난리법석을 떨어가며 엄마한테 어떡하냐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러다 뒤돌아서서는 글감이라며 신나서 브런치를 켜 글을 쓰고 있는 내 모습이 어이가 없다.

누군가 보고 나를 미친 사람이라며 욕이나 안 했으면 좋겠다.

일부러 그런 거 아닌데…

도대체 어디에 간 걸까?ㅠㅠ


나의 이 부끄러운 이야기가 하나의 소재가 되어 당신에게 즐거움이 되었다면, 이로서 내 부끄러움은 몫을 다 한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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