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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무지 Apr 05. 2024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최근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책을 읽었다.

어릴 때 애니메이션으로만 봤었기에, 내용이 가물가물 하기도 하고 책으로도 읽어보고 싶어 손에 쥐었다.

그런데 책을 읽는 내내 도통 무슨 소리를 하고 싶은 건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누구니?"

"저... 저도 지금은 잘 모르겠어요.

아침에 일어났을 때는 제가 누구인지 알았는데, 그 뒤로 여러 번 바뀌었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무슨 뜻이니? 네가 누구인지 설명해 봐!"

"저도 저를 설명할 수 없어요. 저는 지금 제가 아니거든요."


서로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는 대화들이 책이 끝날 때까지 이어진다.

각자 본인이 하고 싶은 말만 하면서, 

자신이 말하는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면 멍청이라는 말을 일삼으며,

내 말을 끊지 말고 조용히 하라며 서로 타박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내가 바로 위에 작성한 대화는 그나마 대화가 이어진 경우였다.

대체로는 번역이 잘못된 게 아닌가 의아해하고 

번역가조차도 '이게 번역이 맞아?'라고 지속적으로 되물었다 하니 

책을 읽으며 떠오른 물음표가 틀린 것은 아닐 테다.



나는 블로그에 서평을 작성하는데 당연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서평도 작성했다.

그런데 어떤 이웃님께서 내 글을 보고는 이런 댓글을 남겼다.

'말이 통하지 않는 세상, 꿈이면 좋겠다 하는 순간. 우린 모두 이상한 나라에 사는 앨리스~~'


내가 이 댓글을 보고 무릎을 친 것은 뒤에 적힌 말 때문이었다.

'우린 모두 이상한 나라에 사는 앨리스'


우리는 각자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살고 싶어 한다.

내가 듣기 싫은 말은 어떻게든 흘겨들으려 하면서 

남이 듣고 싶어 하지 않는 조언은 마음대로 일삼고 

'다 너를 위해서 하는 말이야~'라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


국룰이라고 알려진 것들이나 너무 당연히 여겨지는 것들을 이야기할 때, 

혹은 굉장히 유명한 사건이나 사고들을 토대로 대화를 나눌 때 

그 사실을 알지 못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속으로 손가락질한다.

굳이 손가락질을 하지 않더라도 '대화가 안 통한다'라는 생각은 멈추지 못한다.



나 역시 서평을 쓸 때까지만 해도 내가 하고 싶은 말들을 했다.

'당최 이해를 할 수가 없네'

'교훈, 재미, 감동 그 어느 것도 없다'

''어떻게 하면 더 말이 안 되는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라는 고민 끝에 쓴 글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등 책을 신랄하게 비판 아닌 비판을 했다.


그런데 저 댓글을 보고 깨달은 것은 '내가 바로 이상한 나라에 사는 사람이었구나'라는 것이었다.

서평이라는 이름으로 내가 하고 싶은 말만 잔뜩 적어놓은 글들.


책의 말미를 보면 작가의 의도와 내 교훈이 일치하지는 않겠지만,

사람마다 상황에 따라 얻는 교훈은 다르기 마련이지 않은가.

내게 결론적으로 도달한 교훈은 내가 바로 이상한 나라에 사는 사람이라는 것이었을 뿐이었다.


또한 반성하게 되었다.

서평을 작성하기 위한 독서는 아니었나.

완독 해야겠다는 일념 하나로 무지하게 읽은 것은 아닌가.

작가의 세계관에 토를 달기 위한 서평이 과연 옳은 것이었나.

이 책을 진정으로 나에게 대입하여 생각하려 했던 것이 맞았나.

책을 덮자마자 서평을 쓰기 위해 쪼르르 달려온 꼴이 감히 진정한 독서가라 일컬을 수 있는 것인가.



모든 책에 교훈이 담겨 있지는 않다.

반드시 교훈을 얻어가야 하는 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내가 서평을 작성했을 때 왠지 모를 찜찜함이 남아있었던 것은 비단 비판을 해서만은 아니었던 것일 테다.

위의 반성 끝에 나는 진정한 서평을 이곳에서 끝맺음한 듯하다.

이제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마음속에서 완벽히 보내줄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는 내가 하고 싶은 말만 하며 살아가는 사람은 아니어야겠다.

타인의 의도를 조금 더 들여다보고 

없는 의도도 찾아가며 배려하기를 멈추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타인을 배려한다는 이유로 한 행동이 사실 알고 보면 나를 위한 것이기도 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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