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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무지 Apr 18. 2024

쓰지 않은 것을 후회하다

브런치에 매일 글을 쓰다 생각했다.

나에게 하루하루 이런 글감이 주어지는데 당장 책을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


호기롭게 시작한 책을 쓰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키보드에 손만 올려놓으면 줄줄 써졌던 글과는 다르게, 정지 화면인 것처럼 멍하니 화면을 바라보고 있는 나를 줄곧 발견했다.


평소에는 잘 써지던 글이 왜 써지지 않는 걸까 생각해 보니 여러 이유가 있었다.

첫째, 첫 책이라는 이유로 잘 써야 한다는 강박이 존재한다는 것

둘째, 내 마음에 쏙 드는 내용이 나올 때까지 수정하고 번복한다는 것

셋째, 긴 호흡으로 글을 쓰는 건 처음이라는 것

넷째, 매일의 감상을 바탕으로 쓰는 글과는 달리 이전 기억을 더듬어서 써야 한다는 것


차라리 '행복', '글쓰기'라는 단순하고 쉬운 주제로 글을 끼적여볼 걸 그랬나라는 후회가 물밀듯이 밀려왔다.

하지만 내가 반드시 겪어야 할 일이고, 그건 또 그거대로 괴로워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글쓰기라는 건 내게 늘 행복한 일이었는데, 창작의 고통이라는 게 이런 것일까.

내 경험을 바탕으로 쓰는 건데 어렵지도 않지!라고 코웃음 친 나에게 

독자를 향해 적는 글은 한없이 어려울 뿐이었다.


욕심을 내려놓을까 싶다가도 내려놓을 욕심조차 없는 것 같아서 바보 같아 보이기도 하고,

오! 잘 썼는데? 싶다가도 조금만 있다가 다시 읽어보면 '이게 뭐야?'라는 말이 목 끝까지 차오른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진작 글로 남겼어야 했는데 후회한다.

내 기억이 왜곡되지 않았는지 점검하는 과정이 있을 때마다 후회한다.

그때의 감정이 뚜렷한 거 같으면서도 희미해짐을 느낄 때마다 후회한다.

그래서 더 늦기 전에, 글로 옮기지 않아 내 경험이 한 줌의 재가 되어 사라지기 전에 나는 오늘도 글로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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