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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무지 Apr 24. 2024

쓸모

 우리 동네에는 업사이클링 정원이 있다.

업사이클링이란 재활용할 수 있는 옷이나 의류 소재 따위에 디자인과 활용성을 더하여 가치를 높이는 일인데, 이곳은 고사한 나무를 활용하여 만든 정원이었다.

꽃도 군데군데 심어져 있어서 정원의 아름다움은 배가 되었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정원을 바라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나무는 우리의 곁에 자연으로 오랜 세월 풍파를 이겨내며 머문다.

우리는 스쳐 지나가는 바람처럼 나무를 본체만체 지나가지만, 

자연은 늘 그 자리에서 "쟤 또 지나간다!" 했을 것이다.

어쩌면 '오늘은 기분이 좋지 않네. 내가 그림자를 잘 드리우지 못한 탓인가.' 하며 가지를 더 뻗어나가기 위해 몸부림쳤을지도 모르겠다.

 나무는 사람들의 관심도 받지 못하고 제 몫을 다하다가 죽음을 맞이하지만,

죽어서도 끝내 '활용성'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곁에 되돌아온다.

한 번은 자신을 바라봐주길 바라는 것일까.

그런 자연을 대하는 우리의 모습을 어떠한가.


 봄을 떠올리면 바로 떠오르는 꽃이 있다. 벚꽃.

벚꽃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의 핸드폰 속 사진첩에 들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인기가 많다.

떨어진 벚꽃은 발로 밟힐지언정, 떨어져 있는 모습조차 핑크로드를 만들어 사람이 걷는 길을 특별하게 만든다.

 꽃은 선물이라는 다른 이름으로 우리의 손에 쥐어진다.

특별한 날이든 아무 날이 아닌 날이든 누군가 선물로 주는 꽃다발은 우리의 마음까지 꽃피우게 한다.

꺾여 죽음을 맞이한 꽃임에도, 우리에게 기쁨이 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나무도 꽃도 살아서든 죽어서든 어떻게든 자신의 쓸모를 세상에 비춘다.

각자의 쓸모에 맞게 세상에 탄생되는 상품들 사이로 나의 쓸모는 무엇인가 생각해 본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데, 

내가 이 세상에 남기고 갈 수 있는 것은 이름 외에 무엇이 있을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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