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 때문에 자취하면서 가족과 지내는 시간이 거의 없다시피 했었어.
그런데 코로나19로 강제 휴직을 하게 되면서,
이번 기회 삼아 부모님 댁에서 지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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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아터진 내 8평짜리 오피스텔에 너와 함께 있는 게 답답하기도 했어.
너는 방방 뛰는 걸 좋아하는데 크기가 작아서 그런지 매번 동그랗게 몸을 말고만 있는 게 안쓰럽기도 했고.
아무래도 오피스텔은 방음이 잘 안 되잖아,
네가 작은 소리에도 멍멍 짖을 때면 민폐를 끼치는 거 같아서 불안하기도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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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집이랑 우리집은 거리가 꽤 되어서,
중간중간 집에 가서 짐을 챙겨 오고 그럴 수가 없었어.
내 짐, 네 짐을 지하철 타고 옮기는데
환승까지 하려니 진짜 죽을 맛이었던 기억이 나.
너랑 지하철에 같이 타려면
유모차에 너를 태워야 하잖아.
그래서 유모차에 짐을 실으니 그나마 나았던 거 같기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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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나랑 있다면
화장실 크기의 좁은 공간도 다 괜찮아했지만,
혼자서 있으면
아무리 큰 마당 같은 공간도 싫어하잖아.
그래서 처음에 유모차 태웠을 때
네 태도가 얼마나 당황스럽던지.
나가겠다고 짖고 긁는 건 당연지사였어.
네가 낑낑거리는 걸 멈추지 않아서
지하철에서 사람들은 계속 쳐다봤고
나는 죄인이 된 거 같았지.
지금은 유모차에 타면 어디론가 가는구나 생각하는 건지 바로 편한 자세를 취하는 게 신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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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먼 길을 걸어 부모님 집으로 가니
우리 가족은 두 팔 벌려 너와 나를 환영해 줬어.
나는 너의 배변을 치울 동료들과 네 산책을 함께 갈 동기들을 찾은 것 같아 기쁨의 눈물을 흘렸지.
아 아니지,
오랜만에 가족과 행복한 시간을 보낼 생각에 기쁨의 눈물을 흘렸지.
엄마는 네가 오기 전부터
네가 소변을 눌 장소, 물을 마실 수 있는 음수대, 자동급식기를 깨끗하게 준비해 두었어.
물론 나와 함께 먹을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식사도 준비되어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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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온 가족이 모이니까 기분이 좋았는지
이리 펄쩍 저리 펄쩍 뛰느라 정신이 없었어.
우리는 그걸 ‘아지 타임’이라고 부르는데,
흰자가 다 보이게 눈이 회까닥 돌아서는
정신 나간 강아지처럼 뛰어다니는 걸 말해.
네가 사람도 아닌데 그렇게 뛰어다닌다고 아랫집에서 시끄럽다고 올라올 확률은 -937%쯤 되겠지만,
혹시라도 네 급격한 점프 때문에 다리에 무리가 가거나 어디에 부딪혀서 다칠까 봐 늘 걱정이야.
그리고 네가 나한테 달려와서 브레이크 완급조절을 못하고 발톱으로 찍어 누를 때면 세상 가장 고통스럽기도 하다는 걸 알아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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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내가 아무리 강제 휴식을 해서 쉰다고 해도 마냥 너와 집에서 하루종일 있을 수만은 없잖아?
나는 여러 자격증을 딴다고 몇 달을 공부에 매진했어.
물론 중간중간 회사에서 부를 때는 일을 했었지.
그런데 운동해서 몸도 만들어보고 자격증도 따고
일도 하니까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벌써 1년이 지나버렸어.
이제는 또 다른 새로운 재미를 찾고 싶어지는 거야.
새로운 겨울이 찾아왔고,
너와 새로운 프로그램을 계획하게 되었지.
기억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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