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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무지 Jan 05. 2024

코로나, 뜻밖에 찾아온 이득

일과 일 사이, OFF가 조금이라도 길어질 때면

나는 항상 너를 보러 지하철에 몸을 실었어.


일 때문에 몸은 천근만근 무거웠지만

네게 가는 발걸음만큼은 깃털처럼 가벼웠지.


일분일초라도 빨리 집에 가고 싶어서

내 발은 종종걸음을 하거나

뛰기를 반복했어.


지하철은 그런 내 마음을 일분도 이해해주지 않았어.

급행열차는 코앞에서 떠나가고

일반 열차는 평상시보다 유난히 느린 것 같은 조급한 마음을 괜스레 들게 했거든.


그뿐인가?

환승하는 구역마다 벽면에

‘뛰지 마세요!’, ‘여기서부터 뛰어도 이미 늦었어요!’

따위의 문구로 내가 지하철을 놓칠 거라는 공포감이나 형성 안 하면 다행이었어.


그렇게 나는 매번 지하철과의 전쟁을 치르고

무사히 생존하여 너에게로 도착했지.


“생존 신고합니다!

도무지! 이번에도 안전한 비행을 마치고

집으로 복귀 완료!“


그거 아니?

나는 발이 답답한 걸 정말 싫어해.


그래서 여름에는 운동화를 신는 법이 없어.

무조건 크록스.

겨울에도 털이 달린 슬리퍼를 가장 애용하지.


그런 내가 집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하는 행동은 신발을 벗자마자 양말까지 집어던지는 일이었어.


그런데 집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하는 행동이

너를 만나고서부터는 달라졌어.


내가 집에 도착해 비밀번호를 누르는 순간,

대문으로 나를 환영하러 달려오는

타닥타닥 소리의 그 발걸음.


내가 문을 열면 그 누구보다 환하게 웃고

온몸을 비틀며 기쁨을 감추지 못한 그 얼굴.


이산가족을 상봉하는 사람과 다를 바가 없었어.

나는 항상 그런 너를 상상하며 비밀번호를 눌렀지.


그래서일까,

이제는 신발을 벗고 양말을 벗는 게 아니라

네 얼굴을 쳐다보는 게 우선이 되어버렸어.


너를 안고 잘 지냈냐는 안부를 물으면

뽀뽀를 참 싫어하는 너인데도

그 순간에 백만 번의 뽀뽀로 화답했지.


그리고는 내가 다시 그 집을 떠날 때까지

내 옆에 붙어서 한시도 떨어지려고 하지 않았어.


그러니 내가 어떻게 너를 두고

마음 편히 오갈 수 있었겠어.


그런데 말이야,

갑자기 전 세계에 팬데믹이 찾아왔네?


그건 바로 코로나19.

엄청나게 길고 긴 대공황이었어.


나는 갑자기 휴직 명령이 떨어졌어.

당황함 속에 내가 가장 먼저 찾은 건 바로 너였지.


‘와!!! 드디어 아지랑 같이 살 수 있다!!!’


나는 내 전셋집에 너를 데려와 함께 지내기도 하고

부모님 댁에 너를 데려가 온 가족이 함께 있기도 했어.


그런데 코로나가 끝나면,

나는 또 일상에 복귀할 거고

그럼 또 너와 헤어지는 레퍼토리가 반복될 텐데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는 게

네 정서에 괜찮을까?


아니, 일단 내가 다시 일을 하기 이전에

너와 좋은 추억들을 쌓는 게 먼저일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간 우리에게 행복한 시간이 너무 조금 주어졌었잖아.


그래서

내가 너와 갖게 된 그 시간들은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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