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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무지 Jan 01. 2024

엄마가 나를 외면한 그날의 악몽

아지야,

네가 내게로 왔을 때

나는 네 할머니에게서 외면을 받았어.


널 데려오기 전에,

동기가 강아지를 입양한 사실을

우리 엄마한테 얘기했었거든?


그때 엄마가

“노파심에 말하는데 걔 강아지로 만족하고

너는 절대 강아지 키우지 마.

만약에 키우면 너 두 번 다시 안 볼 거야. “

라고 단호하게 말했었단 말이야.


너를 데려오는 길에 저 말이 떠오르기까지 했지.

뭔가 섬뜩하다고 해야 하나?


그런데 나는 ’어차피 내가 키울 건데 뭔 상관이야?’

라는 마인드로 너를 데려왔지.


너로 인해 기쁨에 취해 있던 어느 날,

나는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너를 데려온 사실을 이실직고했어.

잘못한 게 아닌데 왜 이실직고를 하는 기분이었을까?


“엄마! 나도 강아지 데려왔어! 얘 이름도 ‘아지’야!

엄청 귀여워!

비숑인데, 털도 잘 안 빠지고

어릴 때 있었던 알레르기 반응도 없어! “


엄마는 그 말을 듣고

“엄마가 강아지 키우지 말랬지!!

하지 말라는 짓을 왜 해!! “

라고 소리 지르면서 화내기 시작했어.


서로 신경질이 가득했던 전화를 마치고 난 후,

엄마는 내게 두 번 다시 연락하지 않았어.


나랑 같은 오피스텔에 사는 동기는 일이 생기면

부모님께 강아지를 잠시 맡기곤 했는데,

나는 부모님과 연락도 닿지를 않으니

일이 생기면 애견호텔에 너를 보내야만 했지.


그것도 세 달 가까이 말이야.


그런데 동기가 갑자기 이사를 가겠다고 하는 거야.

물론 살고 있던 오피스텔과 멀지 않았어.

걸어서 5분 정도면 닿는 거리였지.


그래도 같은 층에서 왔다 갔다 하는 것과

5분 거리는 천지차이 아니겠어?


그렇게 나는 동기와 서서히 멀어지기 시작했고

강아지도 결국 각자 돌보는 시스템이 되어갔어.


그리고 동기네 강아지는 너무 작고

아지 네가 상대적으로 커서

둘이 붙여놓기가 살짝 겁이 나기도 했었던 거 같아.


나는 너를 애견호텔에 맡길 때마다

다른 강아지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네 모습을 봤어.


그리고 내가 너를 찾으러 갈 때면

문 앞에서 온종일 나를 기다리고 있던 모습을 봐야만 했지.


마음이 너무 아팠어.


‘그냥 너를 다른 사람에게로 보냈어야 했던 걸까?’,

‘내가 키울 자격도 안되면서 욕심을 부린 걸까?‘


수많은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또다시 이전 아지를 생각하고

또다시 죄책감에 빠져들었지.


하지만 이렇게 또 포기할 수는 없는 거잖아.

방법을 찾아야 했어.


그건 바로 네 할머니한테 간절하게 부탁하는 거였지.


다행히도 그때 아빠가 엄마에게 정말 딸과 인연을 끊을 셈이냐며 연락을 하게 했었어.


그래서 너를 가족에게 보여줄 기회를 만들어 냈고,

나는 분명 우리 가족이 널 보면 싫어할 수 없을 거라고 확신했지.


아빠는 널 보자마자 예뻐라 하셨어.

하지만 엄마는 널 이방인 취급을 했지.

네가 엄마 다리에 달라붙을 때면

엄마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저리 가라고 화를 냈지.


내가 한국땅을 떠나 있을 일들이 많아졌어.

그래서 부모님께 너를 꽤 오래 맡겼어야 했는데,

과연 너는 엄마한테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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