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끝내긴 아쉬워서
네가 밥과 바꿀 만큼 좋아하는 산책 말이야.
네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는
갈 수 없었던 걸 알고 있니?
아마 너는 모를 거야.
내가 너를 가방 안에 넣고 데리고 나갔으니까.
가방 안에 있는 너는 까만 코를 킁킁거리며
세상을 탐색하기 시작했지.
나는 네가 산책하게 되면
조금이라도 익숙한 냄새를 맡았으면 했어.
그래서 되도록 매일 가방 속에 너를 넣고 돌아다녔지.
ㅡ
어느 날 네가 직접 산책할 수 있는 때가 왔고,
나는 미리 준비했던 리드줄과 하네스를 꺼내
설레는 마음으로 문밖을 나섰어.
너도 여러 차례 나갔던 걸 기억한 건지
앞장서 가는 너의 뒷모습이 길을 안내하는 것 같았지.
내가 사는 집 근처 공원에는
항상 강아지와 견주들로 가득했어.
대체로 10명씩은 늘 모였던 거 같아.
너도 그곳에 가면 그 아이들과 얼마나 재밌게 놀까
상상하면서 도착했지.
“안녕하세요!!-”
견주들 사이로 끼어든 게 민망해서
내가 먼저 꺼낸 인사였어.
“어머! 이 작은 아가는 처음 봤는데?!!
너는 이름이 뭐니?!!“
다행히 관심을 가져주셨고
나는 편안하게 강아지를 둘 수 있었어.
우리가 있는 마당은 강아지 전용 공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사람은 다니지 않고 강아지만 있었어.
그래서 대부분 목줄을 풀어두고 있어서
나도 아지의 목줄을 풀어주었지.
이제 갓 태어난 너는
에너지 분출을 참지 못하고
풀이 가득한 마당 위를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어.
“어머어머! 쟤는 진짜 어린가 보다!! 에너지 봐!!“
“얘 몇 살이에요?!“
“엄청 잘 뛰어!! 우리 애는 저렇게 안 뛰던데.“
너의 달리기 재롱에 사람들의 관심을 한껏 받았지.
그런 너의 뒤를 쫓아 함께 달리던 강아지는
네 에너지에 당해내지 못하고 멈춰서는
숨을 헐떡 거리기를 반복했어.
너는 누가 쫓아올세라 달리는 거 같기도 하고
네가 달려본 적이 없어서 도파민 분출이 멈추지 않는 거 같기도 했지. 너무 신나서 멈출 수가 없는 거야.
그런데 계속 달리기만 할 뿐,
다른 강아지들에게 전혀 관심이 없더라고.
처음에는 강아지보다 달리는 게 좋은가보다 했는데,
점차 사회성이 없는 너를 발견할 수 있었어.
너는 다른 강아지들을 아주 많이 무서워했거든.
늘 쫓는 쪽이 아니라, 쫓기는 쪽이었고
아무리 네게 조심스레 다가온 강아지도
너의 공포 가득한 눈길을 피하기 어려웠어.
몇 번 가다 보면 익숙해지고
사회성도 생기고 겁도 없어지지 않을까 했는데
그건 네게 해당 사항이 아니었나 봐.
애견 카페에 데려가도
너를 탐색하려는 강아지들을 피해
내 무릎 위에만 있으려고 했으니까.
나도 너도 노력을 다한 끝에는
다른 친구들과 섞이기 않기로 결정했어.
뛰어놀던 그 마당을 참 좋아하는데
너는 친구들이 있으면 포기하는 게 참 안타깝더라.
그래서 나는 사람이 아예 없는 깜깜한 밤에 가서
너를 풀어 주고 실컷 놀게 하거나
낮에 갈 때는 다른 곳으로 산책을 갔어.
그렇게 너는 자발적으로 왕따가 되기로 결정했고
아직까지도 겁쟁이에서 벗어나지 못했지.
아마 내가 널 만나기 전,
네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게 아닐까 싶어.
내가 너가 태어난 순간부터 함께 했던 건 아니니까.
다른 강아지한테 깨물림을 당했다거나
공포를 느꼈던 순간이 있다거나.
아니었길 바라.
만약 그런 트라우마가 있어서
평생을 두려움 속에 살아가야 한다면,
내 마음이 아픈 걸 감출 수 없을 거 같아.
너와 산책하는 길에 다른 강아지를 마주치면
그 주인에게 늘 말해,
“얘가 겁쟁이라 인사 못 할 거예요. “
그래도 나는 일말의 희망을 걸었나 봐,
‘얘가 겁쟁이라 인사 못 해요.’
라고 단정 짓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네가 다가가 냄새 맡기를,
혹은 친구가 다가와 냄새 맡는 걸 허용하기를
내심 기대하고 있었으니까.
물론 네가 친구, 사회성 다 없어도 괜찮지.
네게 반드시 필요한 건 아니니까.
그래도 엄마 마음은 그래.
부족한 거 없이 다 해주고 싶은 마음.
네게 아직 없는 친구를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
하지만 강요하지는 않아.
언제든 네 마음이 열리면 그때는 친구를 만들렴.
엄마는 그 마음의 문을
내 멋대로 닫지도 열지도 않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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