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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무지 Jan 17. 2024

이제 엄마랑 평생 같이 살 거야! 알겠니?

코로나19는 멈추지 않았지만,

전 세계는 언제까지 하늘길을 막을 수 없었지.

비행기가 하나, 둘씩 점점 보이기 시작했어.


나 또한 해외에서 체류하는 스케줄이 나오면서

너와 다시 헤어질 준비를 하고 있었지.


그런데 생각보다 해외에서 체류하는 스케줄이 많이 없는 거야.

그래서 가급적이면 너와 함께 지내려고 했어.


형편상 상황이 따라주지 않을 때는

부모님 댁에 잠시 맡겨 놓거나 친구가 봐주기도 했지.


그렇게 몇 달 지냈을까?

나는 개인적인 사유로 회사를 그만뒀어.


퇴사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 중에 하나는

너가 나와 앞으로 쭉- 함께 살 수 있다는 거였어.


물론 너와 나의 행복한 생활을 위해,

앞으로의 밥벌이도 고민해야겠지만 말이야.


나는 ‘사업’이라는 걸 시작했고

너와 함께 단 둘이 한 공간에 있는 게 너무 좋았어.


앞으로 이렇게 돈도 벌고

너와 평생 함께 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고 생각했지.


퇴사한 지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나는 너와 매일 함께 해.


눈을 뜨면 네가 옆에 있고

눈을 감아도 네가 옆에 있어.


네가 옆에서 숨 쉬는 소리를 내면

내게는 ASMR나 달콤한 멜로디같이 느껴져.


그 작은 몸통에서 콩닥거리는 심장 소리를 들을 때면

살아있는 인형 같아서 신기함을 감출 수 없지.


네가 졸린 눈을 차마 감지 못하고 끔뻑이는데,

그 눈이 향하는 게 나여서 난 정말 행복해.

네가 눈을 감을 때 보는 마지막 시선이

나라는 게 말이야.


나는 갈색 눈동자인데,

너도 갈색 눈동자의 소유자잖아.

그 눈을 보면 틀림없이 내 자식임을 확신하지.

내 아이가 아니라면 검은색 이어야 하지 않겠어? 하고.


강아지들은 코를 보면 나이를 짐작할 수 있대.

아기들은 검은색이고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색이 빠진다나봐.

그런데 너는 아직 어린 나이인데도 코의 색이 다 빠져서 핑크색과 흰색을 섞어놓은 듯한 색을 띄워.


너가 어릴 때는 네 나이답지 않은 코 색깔이라 속상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네가 나이 드는 게 실감 나지 않아서 다행이다 싶기도 해.


나는 너가 내 옆에서 커 가는 게 잘 느껴지지 않아.

사람처럼 키가 계속 자라는 건 아니니까.

그런데 사진을 보면 해가 지날수록 네 얼굴이 많이 달라지더라.


그런 거 보면 마음이 찡하기도 해.

평생 어린아이 같기만 한 너도 나처럼 나이를 먹고 있구나, 세월을 피해 갈 수 없구나 싶어서.


나보다 더 빨리 시간이 흐를 네게

나는 좋은 추억을 많이 선물해주고 싶어.


그래서 매일 같은 공간에 있지만

하루에 한 번씩 사랑한다는 말을 거르지 않지.

산책도 여유가 없을 때를 제외하고는 꼭 가려고 하고.

네가 내게 엉덩이를 붙이고 누워있을 때면, 쓰다듬어 주며 애정을 표현해.


물론 물질적으로는 다른 주인들보다 더 너에게 잘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간식이나 집이나 유모차나 그런 것들 말이야.


그래도 집을 오래도록 많이 비우는 주인들보다 함께 하는 주인이 강아지에게는 최고지 않을까?

나만의 합리화일지언정, 나는 그렇게 생각해.


그리고 꼭 가까운 미래에 돈을 많이 벌면서도

너와 함께할 일을 만들어내고 말 거야.


네 세상이 온통 ‘나’이듯,

내 세상도 ‘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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