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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파랑 Oct 04. 2024

Day 1: 도고온천마을에서 글 쓰며 살아보기

#도고지역살이 #글쓰기 #청년마을

2024.09.23


 도고. 

입안에서 생경하게 울리는 두 글자. 


 내게 도고에 관련된 기억은 인스타그램 피드에서 붉은 도고 글로리 건물을 봤던 순간뿐이다.


 오는 길도 낯설어서 목적지가 ‘아산 온천’이 맞는지 (아산 탕정으로 가면 안 된다), 신언 3리로 가는 버스가 맞는지 몇 번을 확인하며 도고를 찾아갔다.


 41번 버스를 혼자 타고 달리다가 온양 시장에서 할머니 세 분과 함께 탔다. 한 할머니가 카트 장바구니를 한 아름 채우신 할머니에게 “뭘 그리 많이 샀어?”라고 물으셨다. “고추장 담그려고. 말린 고추 좀 샀어.”라고 답하시는 카트 할머니. 내게는 ‘고추장을 만든다’보다 ‘고추장을 산다’가 익숙해서인지 장을 담글 생각에 들뜬 할머니의 눈빛이 더 기억에 남는다. 말린 고추를 샀다고 말하는 할머니의 입가에 미소가 가득한 걸 보니 꽤 마음에 드는 양품의 고추를 사셨나 보다.  내가 ‘따릉이 타기 좋은 계절이 왔다’고 느낄 때, 금산리에 사시는 할머니는 ‘고추장 담그기 좋은 계절이 왔다’고 생각하시는구나. 하늘이 한껏 푸르고 높아지기 시작하면 장을 담그는구나. 도착하기도 전에 가을의 새로운 모습을 알게 되어 도고에서의 2주가 더 기대가 되었다.


 도착한 아기자기한 마을. 코스모스와 이름 모를 들꽃들이 골목 구석구석 피어있는 마을에 금빛 논이 정갈하게 펼쳐져 있었다. 시골 할머니 댁에 가면 맡을 수 있는 풀냄새도 나서 (숲냄새와는 다르다) 기분이 산뜻했다. 쭉 서울에서만 살아서 산과 논을 보고 자란 것도 아닌데 아무리 머얼리 시선을 던져도 펼쳐지는 푸른 풍경이 괜히 반가웠다.


 시나리오 작가, 정리 컨설턴트, 작가 겸 조종사 지망생+원양어선 경험자, 수학과, 12년 차 직장인(이제는 퇴사한) 다양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글쓰기’라는 공통점으로 모였다는 점이 흥미롭다. 3년 차를 맞이한 프로그램이라 올해가 마지막일 수 있다는 것도 취향살이를 소중하게 생각하게 된다. 역시 희소성은 가치를 높인다.  


 도고를 기회 삼아 나의 게으름을 접어두고 글을 쓰는 습관을 들이고 싶다. 조금 더 부지런해지고, 생각을 잘 다듬고 잘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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