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만큼 이라도 사랑받기를

by 민정애

1930년생, 95세, 우리 엄마는 노치원이라 불리는 주간보호센터에 다니신다. 인지 장애가 있거나 건강상 문제가 있는 어르신을 낮 시간 동안 돌봐주는 곳이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돌봐준다. 꼭 아기들 유치원 다니는 거와 흡사하다.

아침에 깨워서 씻기고 아침밥 챙겨드리고 약 복용 시키고 기저귀 갈아 채워 등원시킨다. 다행히 차가 와서 픽업해 준다.


실내운동, 지각기능훈련, 미술활동, 게임, 기억력, 회상 등 전문적인 프로그램에 의해 진행된다. 물론 식사, 간식까지 제공받는다. 그곳에 계신 요양보호사님들이 하시는 일을 보면 정말 천사의 마음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주간보호 센터에 다니는 대부분의 어른들은 인지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뒤처리를 혼자 하지 못한다. 어른들의 기저귀 관리하는 일은 정말 어렵다. 눈살 찌푸리지 않고 한다는 것은 직업적인 투철한 사명감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옛날부터 똥이 촌수 가린다는 말이 있다. 내 자식 똥은 더러운지 모르고 치우는데 남의 아이 똥은 더러운 마음이 든다는 것이다. 그런데 하물며 아기 똥도 아닌 남의 어른들 뒤처리해 준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이 자리를 빌어 센터에서 어른들을 돌봐주는 천사 같은 요양보호사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오늘은 친구들 모임이 있었는데 한 친구가 조금 늦게 왔다. 이유를 물으니 제시간에 맞추어 나오는데 강아지가 똥을 싸서 치우고 오느냐고 늦었단다.

우리 엄마도 아침 등원 시간에 급히 기저귀를 갈아야 하는 상황이 여러 번 있었다. 그 일을 생각하며 내가 물었다. ‘강아지 똥 치울 때 무슨 마음이 드니?’

친구 왈, ‘똥 잘 싸면 고맙지, 건강하다는 증거니까, 아이고 똥도 예쁘네 건강하게 잘 커줘서 고마워, 아이고 예뻐, 아이고 예뻐, 사랑해.’라고 말하며 똥을 치운다고 한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많은 생각을 한다.

이 세상에는 강아지만큼의 대우를 못 받는 어른들이 얼마나 많은가, 자기 부모 똥 치우는 일이 지겹다는 말은 많이 들어 봤어도 우리 엄마 똥 잘 쌀만큼 건강해서 고맙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강아지가 설사하면 안고 동물병원에 달려가지만 연로하신 부모가 설사를 하면 뒤처리도 혼자 못한다고 불평하며 요양원으로 보낼 생각을 한다. 나를 비롯한 우리 형제들도 요즘 엄마를 요양원에 모셔야 하나 생각 중이었는데 다시 한번 고려해 봐야겠다. 요즘 요양원이 시설이 좋고 과학적인 프로그램에 의해서 운영된다고 하지만 가족들의 배려와 관심 속에 마지막을 보낼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을 없을 것이다. 엄마의 건강이 그만하셔서 우리와 같이 있을 수 있기를 기도한다.


며칠 전 주간보호센터의 가정통신문을 받아보고 울컥한 적이 있다. 우리 엄마가 조용하게 잘 지내는데 대변 실수를 하면 식은땀을 흘리신다고 쓰여 있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실수를 하곤 얼마나 당황스럽고 자존심이 상했으면 식은땀을 흘리실까 생각하니 울컥 눈물이 났다. 적어도 우리 집에 계신 동안은 마음 편하게 해 드려야지 다짐한다. 대부분의 엄마와 딸들 간에는 애증이 있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어서 자라면서 엄마에게 사랑받은 기억보다는 엄마를 원망했던 기억이 더 많다. 그러나 생각해 보니 1930년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한국 전쟁을 거치며 맨땅에서 우리 6남매를 키우셨으니 엄마의 삶이야말로 원망의 대상이 아닌 존경의 대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엄마가 잘한 일이든 잘못한 일이든 모두 우리를 위한 일이었을 것이다. 우리가 엄마의 삶을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생존에 계시니 이 또한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요즘 엄마는 하루가 다르게 인지 기능이 나빠진다. 엄마 돌아가신 후에 후회하지 않도록 끝까지 좋은 마음으로 엄마의 마지막을 지켜드리고 싶다. 비교하고 싶진 않지만 적어도 강아지보다는 사랑받아야 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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