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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정애 Mar 21. 2024

나이는 소중한 선물

밤새 안녕이라더니 자고 나니 허리가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요즘 들어 나의 몸 여기저기에서 하는 말이 들린다. 어제는 눈이 말을 걸더니 오늘은 허리다. 조용히 앉아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인다. 편치 않으니 잘 봐달라는 말.

좋은 말들은 아니지만 그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은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라는 사실에 그저 감사할 뿐이다. 

살아있는데 좀 불편하면 어떻고 조금 아프면 어떤가! 살아있다는 기쁜 마음으로 또 하루를 시작한다.

우선 안과에 들르기로 한다. 얼마 전부터 TV가 선명하게 보이질 않고 피아노 악보 보는데도 불편하다. 1 년 전 안과 정기 검진 때 백내장이지만 아직 수술할 단계는 아니라고 했는데 드디어 올 것이 왔나 보다. 


안과 정밀 검사받은 결과 역시 백내장 수술을 해야 한단다.  4개월 정도 걸린 임플란트가 지난달에 끝났는데 뒤이어 안과 수술이다. 내 몸  여기저기에서 신호등이 켜진다. 노란 불이면 다행이다. 빨간불이 켜지기 전에 몸이 하는 말에 귀 기울이기로 한다. 진단을 받고 돌아오는 마음이 편치는 않지만 자연의 순리이니 기꺼운 마음으로 받아 드린다.


나이는 우리의 정신을 쇠퇴시키는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몸이 불편해지면 마음까지 흔들리게 된다. 사실 나는 요즘 그동안 몰랐던 공부의 맛을 알아가는 중이다. 젊었을 때처럼 부담을 가지고 하는 공부가 아닌 내가 좋아서 하는 공부 말이다. 어렵게만 느껴졌던 클래식 음악이 들리기 시작했고 깊은 뜻을 함축하고 있는 시가 마음을 두드린다. 요즘 재미가 붙은 재즈피아노를 연주할 때면 나의 감성은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오른다. 조금 아프거나 불편한 것은 얼마든지 이겨낼 수 있다.  


나이가 들면서 많은 것을  잃어갈 수도 있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고 깊이 있게 만들어주는 경험과 지혜를 안겨 주기도 한다.

나는 70대이지만, 건강한 노년을 보내고 싶다. 내 몸이 하는 말 잘 들어주고 살살 달래며 살아가야지, 육체의 불편함도 삶의 한 부분으로 기꺼이 받아들이고 매 순간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에 집중하려 한다. 나이는 내가 경험을 통해서 배운 많은 것을 간직한 소중한 선물이다. 내 나이를 소중히 여기며 나의 노년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 열심히 공부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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