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접골원에 대한 단상.

15. 하시모토에서, 너와 함께.

by 권상혁

일본에는 접골원(接骨院)이 많다. 내가 한국에서 접골원을 마지막으로 본 것이 중학교 전후가 아닐까 한다. 접골원은 의수(義手)나 의족(義足)을 만드는 곳으로 불의의 사고 등으로 팔과 다리를 잃은 분들에게 도움을 주는 곳으로 알고 있었다. 혹은 의료기기 등을 판매하는 곳 정도로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일본에 와서 그런 내 생각을 완전히 뒤바꿔놓은 장소가 바로 일본에서 운영 중인 ‘접골원’이다. 물론 한국에서처럼 팔이나 다리가 불편하신 분들에게 의수나 의족을 만들어 드리는 기능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몸의 각종 통증을 다스리고 삐뚤어진 자세 등을 교정하는 곳이 일본 접골원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일본에는 한의원이 없다. 한의원이 없기 때문에 한의사도 없다. 내 개인적인 생각이기는 하나 일본은 동양의학에 대한 불신이 다소 있는 듯하다. 그렇다고 침이나 뜸이 없는 것도 아니다. 다만, 침을 맞고 뜸을 뜨는 곳은 한의원이 아닌 접골원이다. 그렇다면 접골원에 근무하며 환자들의 통증을 치료하는 사람들이 의사인가 하면, 그렇지 않다. '유도정복사(柔道整復師-타박 · 염좌 · 탈골 · 골절 등의 각종 상해에 대해 외과적 수술이나 투약이라고 하는 의료적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그 회복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시술을 행하는 자.)’라고 하는 국자 자격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통증 완화를 담당한다. 이 사람들은 의료인은 아니나, 의료 유사 행위를 하는 자라고 일본 후생노동성(厚生労働省-우리나라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를 합쳐놓은 기능을 하는 정부 기관이다.)이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손목이나 발목이 삐거나 접질려서 부었을 때 한의원을 찾아 침을 맞고 치료하는 것처럼 일본에서는 같은 경우를 당했을 때 '접골원'을 찾는다.

나는 좌골신경통이 있다. 오래 서 있거나 오래 앉아 있는 직업을 주로 하고 있는 나에게는 직업병이라고 할 수 있다. 아플 때 한국에서는 한의원에 다니면서 침을 맞고 찜질을 받고 나면 또 언제 아팠냐는 듯이 가라앉고 해서 지금까지 길동무처럼 함께하고 있다. 허리 통증이 마치 내 친구라도 되는 듯이 아플 때는 살살 달래면서, 아프려고 하는 전조 증상이 있을 때는 조심하면서 지냈다. 전조 증상을 무시하고 안 아프면 잊어버리고 있다 무리를 하면 여지없이 통증이 재발해 오래 앉아 있을 수도, 오래 서 있을 수도 없게 된다. 그러면 다시 한의원을 찾았다. 좋다는 한의원을 많이 찾아다닌 거 같다. 동네 한의원은 물론이고 집에서 좀 멀어도 통증 치료에 탁월한 실력이 있다는 한의사를 일부러 찾아가 침을 맞은 적도 있다. 한의사들 중에는 자기가 책임지고 낫게 해 주겠다고 확언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아플 때는 그런 말에 크게 의지하게 되어 한의사 말을 따르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침 치료 이외에 약침을 맞으라거나 한약을 먹어야 한다고 하는 등, 추가적인 비용 지불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의사는 질병 앞에 확언을 하지 않는다고 하는 소신을 갖고 나를 치료한 한의사도 있었다.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치료를 했지만 결국 내 허리 통증이 가라앉지 않아, 한의원 말고 일반 병원 '통증의학과'를 권유해주기도 했다. 그러니, 환자 입장에서 어떤 의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질병에 대한 치료 여부가 결정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일본에 와서 산다고 해서 내 좌골신경통이 나을 리 없으니 통증은 다시 찾아왔고 나는 병원을 찾았다. 그때는 도쿄 '에도가와바시(江戸川橋)'에 잠깐 살고 있을 때였다. '에도가와바시'에는 도쿄대학 부속병원을 비롯한 대학병원과 종합병원이 20분 거리 안에 대여섯 군데가 있기 때문에 어느 병원을 가도 좋았으나, 1차 진료기관을 거치지 않고서는 대학병원에 갈 수 없어 1차 진료 병원에 우선 갔었다. 한국에서도 허리가 아파서 정형외과에 가면 엑스레이나 MRI를 찍고 사진 판독을 했었고, 수술이 필요할 정도는 아니나 디스크가 신경을 조금 누르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으니 운동을 하고 약을 먹으면서 치료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일본 개인 병원을 갔을 때 나는 아무 기대도 하지 않았다. 오래 시간 기다려서 일본 정형외과 의사를 만났고 역시 MRI 사진을 찍었다. 다시 며칠을 더 기다려서 결과를 받았는데 한국에서 들었던 말 그대로 일본 의사가 설명을 했다. 약을 먹으면서 통증을 줄이는 방법밖에 없다고 했다.

결국 정형외과에서는 치료를 할 게 없다는 것이었다. 허리가 아파서 죽겠는데 진통제만 계속 먹으라고 하니 환자 입장에서는 답답하고 그러다 화가 나고 우울해진다. 나는 아픈데 의사는 진통제 말고는 다른 치료가 없다고 하니 말이다. 한국에서는 이럴 때, 의사가 환자에게 실손 보험이 있느냐고 묻고 실손 보험이 있다고 하면 비급여 도수치료를 받으라고 권유한다. 그러면 정형외과에 있는 물리치료사들이 허리 부위를 10분 정도 눌러주고 허리 근육을 풀어주는 기계로 다시 10분 정도 마사지를 해준다. 때에 따라서는 고주파 치료를 받은 적도 있었다. 치료비가 10만 원 정도 청구되어 무척 비쌌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받을 수밖에 없었다. 받을 때는 무척 시원하고 뭉친 근육이 풀리고 눌린 신경이 살아나는 것 같아 가뿐하긴 하지만 며칠 지나면 다시 아프니 아무리 치료를 받아도 좋아지지 않았다. 이러다 보니, 정형외과에서는 통증을 잡을 수 없다는 자포자기 심정이 되고 동양의학에라도 기대 보자고 한의원을 찾아 침을 맞고 뜸을 뜨는 거 아닌가 싶다. 그리고 통증에 좋다고 하는 한약도 비싼 돈을 내고 복용하고 말이다.

내가 한국에서 받은 서양의학과 동양의학을 포함한 모든 의료 행위는 내 허리 통증을 낫게 해주지 못했다. 나는 좌골신경통을 20년 가까이 앓고 있고, 그 사이에 수많은 병원을 다 다녀봤다. 물론 카이로프랙틱이라든지 무슨무슨 명가나 대가 같은 마사지 전문업체도 찾아다녀봤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시작장애인 외에 마사지를 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것을 알고 나서 더 이상 일반인이 하는 마사지 관련 치료는 받지 않기로 나 스스로 마음을 정했다. 마사지는 실력 있는 마사지사에게 받을 때는 정말 온몸에 막힌 혈이 다 뚫리는 기분이 들 정도로 시원하지만, 역시 받고 났을 때뿐이지 그 효과가 오래 지속되지는 못하는 거 같다.

그러니 다시 도돌이표다. 의학적인 치료에서 출발해서 비의학적인 치료를 다 받고 그래도 믿을 수 있는 건 의학적인 치료밖에 없다고 다시 병원을 찾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허리 통증 때문에 죽는 건 아니니까 그냥 파스나 한 장 붙이고 진통제나 한 알 먹고 참고 견디면서 사는 방법밖에 없다고 거의 포기를 하고 사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그나마 '통증의학과'에서 통증 완화 주사 같은 것들이 있어 병원 다니면서 꽤 오래 맞아봤는데, 다른 치료들 보다는 효과가 오래갔지만 지속적으로 맞지 않으면 안 됐고 비용도 상당히 부담이 됐다. 실손 보험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연 이 통증 완화 주사를 계속 맞아도 좋은 건지 스스로 자문해보게 되기도 했다.

일본에서도 정형외과에서 별다른 치료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한의원이라도 다니려고 했는데 한의원이 없었다. 일본인 지인에게 물어보니 일본에는 한의원이 없을 뿐만 아니라 주사도 잘 안 맞는 일본 사람들이 침을 맞겠냐고 되물었다. 그래서 한의원 대신, 일본 동네마다 반드시 있는 것이 바로 '접골원'이다. 일본 사람들이 정형외과나 신경외과에서 치료 못 하는 통증을 조금이라도 완화하겠다고 찾는 곳이다. 의료인이 아닌 비의료인에게 통증 완화를 맡긴다는 모순이 있기는 하지만, 일본에 와서 동네 골목골목마다 있는 접골원 간판을 보면 일본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접골원에 다니고 있으며, 병원보다 접골원을 더 친숙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접근성도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우선 '병원'이라고 하는 거부감이 접골원에는 없다. 의사도 없고, 물리치료사도 아닌 '유도정복사'라고 이름도 생소한 사람들이 있는 곳은 마을 동네 회관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소박하고 정겨운 곳이 많다. 동네 개인병원보다 더 단출하다. 병원에 들어가면 나는 소독약 냄새 같은 것도 덜하다. 약이나 주사 같은 걸로 치료를 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손으로만 치료를 하기 때문이다. 손 이외 사용하는 것이라고는 전기 마사지기 정도가 전부이다.

주사 같이 외부 물질이 내 몸속에 들어오는 것에 위화감을 갖고 있는 것이 일본 사회의 특징이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 감기가 걸려서 병원에 가면 항생제 등 엉덩이 주사를 맞는 게 당연한 것처럼 되어있지만, 일본에서는 기침을 심하게 하고 열이 펄펄 끓어도 스스로의 면역력으로 이겨내야 한다면서 약만 처방해 준다. 정말 중증도 이상의 위험한 상황이 아니면 주사는 일체 놔주지 않는다. 그런 사회이니 접골원에서 '유도정복사'가 손으로만 아픈 곳을 주무르거나 누르거나 비비거나 해서 시술하는 것에 큰 반감이 없고, 아픈 데를 직접 꾹꾹 눌러주고 하니 얼마나 시원하겠는가. 무엇보다 '접골원'은 의료보험이 된다. 그러나 '의료보험'으로 시술을 받으면 치료 시간이 10분 내외 정도밖에 안 된다. 그 외에 추가 옵션이 있는데 30분 치료에 얼마, 40분 치료에 얼마 이런 식으로 비급여 치료를 '접골원'에서도 권유한다. 우리나라 정형외과에서 실손 보험이 있으면 비급여 도수치료를 권유하듯이, 한의원에서 여유가 있으면 약침을 맞거나 한약을 복용하라고 권유하는 것과 똑같은 방법이다.

일본에서 처음 만난 '접골원'은 내게 별세계였다. 병원에 가면 접수부터 해서 의사를 한번 만나려면 만나기도 전에 지칠 정도로 기다림의 연속이다. 의사를 만나서 처방약을 받아 약국에서 다시 약을 타고 그 약을 먹고 효과가 있으면 좋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가 많으니 병원은 아예 가지 않거나 '통증 치료의 신' 같은 의사가 없나 틈나는 대로 인터넷을 뒤지거나, 가까운 지인을 통해 소개받은 병원을 전전하다 결국 원점으로 오는 경우를 너무나도 많이 경험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의 '접골원'과는 개념 자체가 다른 일본 '접골원'은 내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곳이었기 때문에 처음 뭔가를 접했을 때의 신기함과 설렘처럼 통증 치료에 대한 기대가 한층 부풀어 있었다. 접수하고 바로 '유도정복사'을 만나서 내 허리 통증에 대한 증상을 세세하게 설명하면 의사와는 딴판으로 아주 정성 들여 내 말을 다 들어주기도 했다. 중간에 내 말을 끊지도 않고 환자기록부에 내 증상을 열심히 기록하고 환자 침대에 눕게 해서는 아픈 부위를 부드럽게 촉진하고, 허리 디스크에 따른 시술 계획과 방법을 설명해주었다. 한 번으로 낫지 않으니 적어도 3개월 시술을 받아야 하고 의료보험 치료보다는 비보험 치료를 적극 권하면서, 매번 결제하는 것보다는 한 번에 현금 결제를 하면 시술비가 더욱 저렴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접골원' 사람들도 먹고살아야 하니까 당연히 환자를 한 번 시술하고 마는 게 아니라 환자가 오랫동안 접골원에 다니면서 시술을 받아야 이익이 되니 당연한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시작했다. 하지만 일본 접골원이 우리나라 카이로프랙틱이나 경락 마사지 같은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아무런 효과가 없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대기실에 환자들은 넘쳐났고 들고나는 사람이 끊이지 않았다. 그 말인즉슨, 각종 몸의 통증으로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는데 그 고통을 시원스럽게 치료를 해줄 수 있는 곳이 없다는 것이다. 접골원도 통증 완화가 목표이지 통증 치료를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며 의사 같은 의료인이 있는 것도 아니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 모르겠다.

그렇게 일본에서도 포기를 했다. 내 좌골신경통은 그냥 내 몸의 일부인 것처럼 아프면 아픈가 보다 하고 참으면서, 앉거나 서서 일을 하며 견디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어쩔 때는 너무 당기고 저려서 왼쪽 허리 통증 선을 따라 허벅지 · 무릎 · 바깥 종아리를 거쳐 발등과 왼쪽 네 번째 발가락 부위까지 저릿저릿할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막대기 같은 걸로 발등 움푹 들어간 곳을 꾹꾹 누르면서 나름대로 통증을 완화하려고 노력한다. 파스를 붙이면 그때뿐이고, 파스 붙인 자리에 접촉성 피부염 같은 게 생겨서 나는 파스도 잘 붙이지 못해 그저 참는 수밖에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 와중에, 일본인 지인이 정말 마지막으로 한 번만 믿어보라며 내게 소개 해준 '접골원' 이 있었다. 하시모토에서도 전철을 타고 1시간이나 가야 하는 곳이었지만, 내가 믿고 있는 일본인 지인이 자신을 믿고 다녀보라고 극구 권유를 하는 곳이어서 나는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찾아가 보았다. 그 '접골원'은 특이하게도 의료보험 치료를 하면 제대로 된 치료를 할 수 없으니, 비급여 치료로 정직하게(?) 영업한다는 슬로건을 내건 곳이었다. 한 번 치료에 '8,000엔(한화 82,000원)'이었다. 어마어마하게 비쌌기 때문에 나는 너무 비싸서 갈 수가 없고 지금까지 다닌 접골원도 반은 사기에 가까운 곳이었기 때문에 믿지 못했으나, 점점 더 아파오는 허리 통증을 어떻게 해볼 수가 없으니 일본인 지인 말을 마지막으로 딱 한 번만 가보자고 결정했다. 허리 통증만 말끔하게 낫게 해 주면 8,000엔의 치료비쯤 감수할 수 있을 거 같았다.

일본인 지인이 소개해준 '접골원'에 들어갔을 때 우선 그 규모에 매우 놀랐다. 10평도 안 되는 아주 작은 공간이었고 문을 열고 들어가면 신발 벗는 곳 바로 옆에 접수처가 있었다. 접수처 바로 옆에 환자용 침대 딱 두 대가 커튼을 경계로 놓여있었다. '유도정복사'는 딱 한 명이었고 내가 한국에서 가지고 온 MRI 사진과 일본에서 찍은 MRI 사진 모두 '유도정복사'에게 CD를 넘겨줬는데 그걸 확인했는지 어쨌는지 알 수가 없다. 진료실이 따로 있는 게 아니었고 환자용 침대에서 인사부터 시작해서 상담과 시술이 모두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내 허리 통증을 그간 의사들과 한의사들, 일본의 접골원의 '유도정복사'들에게 말했던 거 그대로 말을 하고 나니, 이번 '유도정복사'는 골똘히 뭔가를 생각하고 눈동자를 빛내면서 내 몸을 유심히 살폈다. 그러더니 나 보고 침대에서 일어나서 서 보라고, 걸어보라고, 쪼그려 앉았다 서 보라고, 손을 들어보고 다리를 올려 보라고 하면서 여러 가지 주문을 했다.

뭔가 다르긴 다르구나 했다. 그러더니 앞으로 어떻게 시술을 하면 되는지 설명하기 시작했다. 역시 3달이 기본이고 6개월 정도 시술을 받아야 완쾌가 된다고 했다. '완쾌?'라는 말에 사실 나는 그때부터 고개를 갸우뚱하기 시작했다. 의사든, 시술을 하는 자이든 환자의 질병 앞에 확언을 하는 사람을 나는 믿지 못한다. 그건 경험이 가르쳐 준 지혜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명의라고 해도, 수많은 변수를 다 짐작해서 각 개인이 갖고 있는 질병을 치료도 시작하기 전에 또 경과를 보기도 전에 완벽하게 치료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의심을 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내로라하는 명의들은 환자의 질병 앞에 확언하지 않는다. 최선을 다해 치료할 것이고 결과는 장담할 수 없으나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이 훨씬 솔직하고 인간 다우며 무엇보다 그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시술 시간은 30분이었다. 30분에 '8,000엔'이면 일반 접골원의 5배가 비싼 것이었다. 일반 접골원의 5배나 비싼 만큼 30분 시술 시간 동안 뭔가 특별하고 다른 시술 방법이 있을 거라고 나는 믿었다. 하지만, 30분 동안 15분은 '유도정복사'가 내 허리를 양손으로 살짝 잡고는 나 스스로 허리를 좌우로 움직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나 혼자서 허리를 좌우로 움직이는 운동인 셈이었다. 그 움직임에 뭔가를 알 수 있다는 듯이 '유도정복사'는 내 허리에 올려놓은 손가락을 피아노 치듯 몇 가닥 움직이고 마치 큰 깨달음을 얻었다는 듯이, 내 허리가 확실하게 한쪽으로 기울어져있고 통증이 심할 거라고 했다. 그건 그냥 맨눈으로 봐도 아는 거였고 지금까지 내가 왼쪽 허리가 아프다고 했으니까 당연히 할 수 있는 말이었다. 그런 동작을 무려 15분이나 하고 나머지 15분은 나를 환자용 침대에 눕게 하더니, 왼쪽 허리 통증 부위를 손가락으로 깊게 눌러 주었다. 경락 마사지와 같은 방법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 왼쪽 다리를 당겼다가 오므렸다가 좌우로 크게 돌렸다가 하는 수기 시술을 했다. 놀랍게도, 그게 다였다. 치료가 끝나고 나는 너무 기가 막혀서, 이게 '8,000엔'이란 말인가, 하며 '하!' 하는 탄식이 다 터져 나왔다. '유도정복사'는 커튼 너머 다른 환자용 침대에서 대기하고 있는 환자에게 갔고 나는 옷을 갈아입으며 온갖 욕이 입안에서 맴돌았다.

'이런 사기꾼이 있나, 이런 거지 같은 사기꾼이 있나. 의료보험이 되는 치료는 보험 수가에 맞게만 치료를 하기 때문에 환자에게 정해진 것만 하는 한계가 있으나, 우리 접골원에서는 그런 폐해를 알기에 의료보험 치료를 하지 않고 비급여 치료를 한다는 감언이설 같은 소리를 하면서, 순진한 사람들 돈 뜯어먹은 사기꾼이었구나.'

나는 속으로 계속 욕을 했다. 어쩌면 이런가. 어쩌면 한국이나 일본이나, 아픈 환자를 두고 환자의 약한 마음을 갖고 뒤흔들고 불안을 조성하면서 결국은 돈을 뜯어내는 장사치에 불과한 사람들이 이리도 많은가. 차라리 수술할 정도가 아니라서 약으로만 조절할 수밖에 없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한 의사들이나, 침 치료나 한약 치료가 안 되니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으라는 한의사가 정직한 것이었다. 나는 그 사실을 일본에 와서 겨우 깨달았다. 허리 때문에 내가 허공에 뿌린 돈이 얼마인가. 시간은 또 얼마인가. 그 돈과 시간이었다면, 보다 가치 있는 일을 하는 데 사용하는 게 훨씬 나았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얼굴이 잔뜩 어두워져서 접수처로 왔고, 카드결제를 하려고 했는데 현금 결제밖에 안 된다는 말에 너무나 화가 났지만 꾹꾹 눌러 참는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유도정복사'는 통증 완화 시술을 하긴 한 거기 때문이었다. 접수처 직원이 아무래도 내 표정이 심상치 않은 걸 보더니 '한 번으로는 낫지 않는다고 3개월에서 6개월, 1년도 넘게 다니시는 분들도 있다'라고 말했다. 나는 더 기가 막혔다. 일주일에 한 번에서 두 번을 '8,000엔'씩이나 내면서 1년씩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그거야 말로 돈 낭비, 시간 낭비이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의료제도나 의료기술이 발달되어 있는 일본에서 이런 원시적인 치료에 의지하며 사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줄 미처 몰랐고, 나는 헛웃음이 나왔다.


접골원에서 나오자마자 휴대폰으로 일본인 지인에게 전화를 해서 엄청나게 따졌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곳에 '8,000엔'씩 내면서 다녔냐고, 바보 아니냐고, 이건 사기꾼이라고, 합법적인 척하면서 운영을 하지만 이건 눈속임 같은 사기라고 말했다. 일본인 지인에게 그래서 이 '접골원'에 다니면서 통증이 나았냐고 물으니까 나아가는 중이라고 대답했다. 얼마나 다녔냐고 했더니 6개월을 다녔다고 한다. 6개월을 다녔는데도 나아가는 중이라면 그건 더 물을 필요도 없는 것이었다. 내가 하도 화를 내니까 지인은, 치료비는 연말정산 때 어느 정도 돌려받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나는 일본인 지인에게 이런 바보가 세상에 또 있었구나, 한바탕 큰 소리를 쳤다. 연말정산 때 돌려받는 돈은 내가 벌어서 세금으로 낸 돈 일부를 돌려받는 것이지, 내 돈이 아닌 돈을 나라에서 상금처럼 주는 돈이 아니라고 했다. 그것도 몰랐냐고 나는 더 화를 냈다. 그런데도 일본인 지인은 몇 번 더 다녀보면 확실히 효과가 있을 거라고 굽히지 않고 말을 했다. 마치 사이비 교주를 믿고 있는 어리석은 신도 같은 태도였다. 나는 혹시 주변 사람들을 접골원에 소개해주면 치료비를 할인해주는, 그런 거라도 있냐고 했더니 무슨 소리를 하냐면서 이번에는 일본인 지인이 화를 냈다. 자신의 어머니도 벌써 3개월째 다니고 있다고 했다. 그러냐고 되묻고, 나는 전화를 끊고 일본인 지인을 통해 평소 자주 얼굴을 뵙는 지인의 어머님께 전화를 드렸다. 그리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3개월 동안 다니시면서 효과가 있었냐고. 그랬더니 일본 지인의 어머니 말씀이 더 가관이었다. 당신 자식이 권유를 하는 곳이니 믿음이 가서 가기도 했고, 치료를 받으면서 고개가 갸우뚱할 만큼 일반 접골원 치료와 하나 다를 바 없었으며, 통증이 좋아진 거 같다고 계속 생각을 해서 나은 거 같은 착각이 든다는 말씀을 했다. 그리고 갈 때마다 '유도정복사'가 말벗도 되어주고, 상냥하게 대해주니 다음에 또 가게 되고, 중간에 안 오면 접골원에서 전화가 오니 인정상 안 갈 수 없게 됐다고. 무엇보다 자격증을 갖고 있는 사람이니 다니다 보면 낫지 않겠느냐는 믿음이 있었다고. 하지만, 통증은 그다지 낫지 않은 건 확실하다고 했다.


아픈 환자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뭐든 해본다. 최근 폐암 환자들에게 '동물용 구충제'가 효과가 있다는 풍문이 있어 무엇이라도 의지하고 싶은 환자들은 사람 용도 아닌 동물용 구충제까지 먹으면서 효과가 있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전문가들의 의견은 '의학적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동물용 구충제뿐만 아니다. 각종 출처가 분명하지 않은 약과 한약, 민간요법으로 1분 1초가 소중한 사람들의 시간과 돈, 힘을 낭비하게 해서 아픈 사람들을 더 아프게 하고 절망에 빠지게 한다. 일본의 접골원에 근무하는 '유도정복사'는 의사나 간호사 같은 의료인은 아니지만, 유사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사람으로 국가 자격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것만 해야 한다. 할 수 없는 것을 할 수 있다고 마음 약한 환자들을 속여 돈을 챙기면, 그 돈으로 천 년 만 년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환자들을 속이고 환자들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아프게 하고 무너지게 한 죄를 다 어떻게 갚을 생각인가? 어쨌거나 '유도정복사'로서 환자를 주무르고 만져서 통증 완화를 했다는 비겁한 변명을 할 생각인가? '유도정복사'는 의료인이 아니다, 그러니 치료는 애초에 불가능하다, 그렇게 말한 셈인가?

그렇다면 왜 처음부터 그렇게 말하지 않았는가? 처음에는 모든 질병을 깨끗하게 치료해줄 것처럼, 마치 의사나 간호사처럼 자신들도 의료인이라는 것처럼 행동했는가? 처음부터 '유도정복사'는 의사나 간호사 같은 의료인이 아니라, 오직 손으로만 경락 마사지를 하거나 기계를 사용해서 통증을 완화할 뿐이라고 말하지 못했나. 한 번 치료에 무려 '8,000엔'이라는 엄청난 돈을 받고, 고작 30분 치료 시간 동안 15분을 본인 스스로 허리를 좌우로 움직이게 하는, 집에서 혼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동작을 시키면서 환자들에게 '8,000엔'을 받고도 부끄럽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나? 나는 정말 묻고 싶었다.

정직하게 근무하는 수많은 일본의 '유도정복사'들을 욕되게 해서는 안 된다. 정당하게 의료보험이 되는 범위 내에서 알맞은 시술을 하고, 사전에 접골원은 병원이 아니고 '유도정복사'는 의료인이 아니라는 것을 밝히고, 통증 완화는 어느 정도 가능하나 그것 또한 확실하지 않으며 통증에 대한 원인과 확실한 치료는 병원에서 진단받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사전 안내 말이다. 왜 이런 기본적인 것을 하지 않고 '눈 가리고 아옹'하는 수를 써서 아픈 사람들 약한 심리를 악의적으로 이용하고 본인의 위치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다른 접골원의 '유도정복사'를 욕되게 하는가.

물고기 한 마리가 개울물을 온통 더럽게 하는 건 순식간이다. 일본이든 한국이든 사기가 판을 치는 세상이다. 정말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기본을 지키는 정직한 사람들을 판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세상이 됐다. 슬픈 일이지만, 그것이 현실이니 깨끗한 개울물을 더럽게 만드는 물고기를 만나지 않도록, 스스로 단속하고 또 단속해야 한다는 것을 일본의 접골원을 보면서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

사진제공: H.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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