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기 나오코의 서로 40대에 결혼의 한 장면인데, 출산 당시의 감정과 흡사해서 찍어두었던 사진입니다. ' 안녕~ 이제야 만나는구나 '에서는 언제 읽어도 코끝이 시큰거리네요 ㅜㅜ
내 인생에서 딱 한 컷의 사진을 남긴다면 나는 2013년 3월 2일 오전 9시 48분을 고를 것이다. 나는 그날 분만실 침대 위에서 이제 갓 태어난 소중한 내 아들 ' 행복이 (태명)'를 안고 있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진통 끝에 품 안에 안긴 아이의 얼굴을 보며' 네가 내 뱃속에 있던 그 아이구나 '를 몇 번이고 되뇌었던 것 같다. 출산은 내 인생의 몇 안 되는 보석 같은 순간이었다.
나는 아이를 키우다가 문제에 부딪히면 육아 서적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존 가트 먼 박사님(감정 코칭을 개발한 심리학자)이 옆집 친한 외국 오빠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읽었던 것 같다. 육아에 도움을 받으려고 읽기 시작한 책인데 의외로 부부간의 대화방식, 직장 내에서의 인간관계, 자존감 기르기 등 외려 나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또한 책을 읽으면서 줏대 없이 흔들리던 육아관도 중심을 잡았고, 이루고 싶은 꿈까지 하나 둘 생겨났다.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는 더 좋은 부모가 되어야 했고 결국 나 자신이 발전하게 되는 선순환 구조가 생겨난 것이다.
부모가 행동으로 모범을 보이지 않고 말만 하는 것은 그저 ' 소리에너지 (잔소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 책 읽어라 ' ' 공부해라 ' ' 끊임없이 시도해라 ' ' 실패를 이겨내라 ' ' 끝내 쟁취해라 '라는 가르침을 내가 해보지 않고 보이지 않고 가르칠 수 없다고 생각하는 한 사람으로서, 그저 안주하며 그저 그런 생을 산다는 것은 부모로서의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것과 내게는 동일한 의미였다. 그러므로 나는 부모이자 인생의 선배로서 내 삶에 충실하고 열심히 생을 살아야 될 의무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내 아이가 내 곁에 있을 때 가급적 많이 실패를 경험하길 바란다. 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진정한 배움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아이의 시도를 적극적으로 장려하며 가급적 나의 손을 타지 않고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돕는 일에 중점을 두고 있다. 부모로서의 나는 최소한의 개입만을 하기 위해 애쓰지만 지치거나 위로가 필요한 순간에는 언제든지 부모의 품에 안겨 쉬다가 다시 걸어갈 수 있는 에너지를 채울 수 있게끔 하는 게 부모의 몫인 것 같다.
언젠가는 내 품을 떠날 자식이기에 부모인 내가 너무 많은 일들을 대신해 주게 되면 당장은 편할 수 있지만 남아 있는 날들은 더 힘들 것을 알기 때문이다. 언젠가 삶의 한 중간에 덩그러니 서는 날이 올 때 나는 내 아이가 방황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잘 찾아갈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아이를 가르치고 있다.
그러나, 육아를 하면서 불안을 조장하는 마케팅에 휩쓸리지 않고 중심을 잡기가 쉬운 일 만은 아니다. 그렇지만 흔들릴 때마다 당장의 급한 불을 끄는 방식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나와 아이가 둘 다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면 내가 원하던 부모의 모습에 가까이 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먼 훗날 성인이 된 내 아이가 ' 우리 엄마는 배움에 대해 현명했다 '라고 이야기해 준다면 부모로서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