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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NA PINK Apr 15. 2022

영원한 내편

그남자 그여자 이야기



그 남자 그 여자가 있습니다.


여자는 남자의 움푹 들어간 눈이 싫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남자는 할리우드 배우 중 톰 크루즈를 예로 들며 그도 눈이 움푹 들어갔지만 잘생겼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여자는 남자의 가슴부터 배꼽까지 T 라인의 털이 싫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러자 남자는 어렸을 때 스팸을 많이 먹어 외국인의 가슴 털을 가지게 됐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대한민국 외모 평균 언저리인 여자 주제에 남자에게  외모 지적을 해대도 남자는 한 번도 여자에게



네 키는 무슨 난쟁이냐, 땅에 붙어 걷냐
웃을 때마다 광대가 발사된다
네 발목은 내 발목 굵기와 진배없다
털이 많아 다리만 보면 남잔 줄 알겠다



등 공격할 거리가 차고 넘치는 데도 단 한 번도 여자의 생김새를 비하하는 발언을 하지 않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여자가 아무리 허무 맹랑한 소리를 쏟아 내도 남자는 한결같이 여자를 지지해 주었습니다. 단 한 번도 ' 그건 무리야,, '라는 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 설사 여자가 ' 난 배우가 되겠어 '라는 말을 하더라도 말이죠. 여자는 속으로 당황합니다. 그녀의 가족 말고 이런 사람은 처음이었거든요.



알콩달콩 연애 때 뒷자리 친구가 찍어준 사진_ 운전할 때도 손 꼭~



연애 기간 4년, 같은 점도 많지만 다른 점은 더 많은 둘이었지만 큰소리로 싸운 적 한 번 없었던 건 늘 여자에게 맞춰주는 그 남자의 노력 덕분이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하루에 세 번씩 꼭꼭 전화해 그 여자의 점심을 챙기고 안부를 물었습니다. 한결같은 그의 태도와 사랑에 여자는 30대가 되기 전 이 남자와의 결혼을 결심합니다.



그 여자가 지인들에게 결혼 소식을 전할 때 그녀의 한 지인은 아버지와 단둘이 사업하는 그 남자의 경제력을 염려했습니다. 그리고 급기야 그날 술자리에서 혀가 꼬인 채로  ' 그 남자는 비전이 없어 '라는 취중진담을 쏟아냈습니다. 여자의 집에는 사업하다 망한 사람은 있었지만, 사업으로 성공한 사람은 없었기에 그녀의 부모님도 남자가 하는 일을 염려했습니다. 설상가상 마지막에 어른들이 따로 보신 궁합도 최악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둘은 잘 살 수 있다.라고 모두에게 이야기했고, 결혼 10년 차인 지금까지 잘 살고 있습니다.  

    


그 남자는 14년째 한결같이 그 여자를 웃게 하고, 빠짐없이 하루 세 번 전화를 걸어 주고, 1년에 4번은 카드를 적어 사랑을 전합니다. 여자는 마음속으로 이 남자와 결혼하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녀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에 감사해 하고 있습니다.  

그녀가 결혼을 결심하게 된 데는 그 남자의 한결같은 사랑 외에도 2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녀는 그 남자와 대화하는 것이 언제나 즐거웠습니다. ' 아 ' 하고 이야기하면 ' 어 ' 하고 받아치는 티키 타가가 되는 사이였습니다. 둘 사이에는 ' 잔재미 ' 가 있었습니다.

또 남자는 여자가 먹방 TV를 보며 지나가듯 한 말을 기억하고 다음날 퇴근길에 ' 족발 '을 사들고 오는 다정함이 배어 있는 남자였습니다.  한결같은 마음, 잔재미, 다정함 이 세 가지가 그 여자가 그 남자와의 결혼을 결심하게 된 이유입니다.  

행복은 큰 것 한방 보다 자잘하게 자주 느끼는 것이 훨씬 큰 행복이라고 합니다. 위트가 있고 말이 통하는 사람과 매일을 살게 되면 대화가 끊기지 않기에 공감의 포인트가 많고 자잘하게 행복을 느낄 일들이 많습니다.



일평생 서울을 벗어나 살아 본 적이 없는 그 남자는 자기가 울산여자와 결혼하리란 것은 꿈에도 몰랐다고 합니다. 그 여자 역시 처음부터 호감이 아닌 사람을 만나 사귄 것도 신기하지만 결혼까지 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합니다.

남자는 여자의 2, 30 대를 보았고, 여자는 남자의 3, 40대를 보았습니다. 서로의 얼굴에 생기는 미세한 주름들과 조금씩 삐걱대기 시작하는 몸의 변화를 눈치챕니다. 꾸역꾸역 ' 고농축 안티에이징 앰플 ' 이 힘겹게 노화를 늦춰 주고 있지만, 언젠가는 화장품마저도 손을 못쓰는 시기가 올 것이란 것을 압니다. 허리가 꼬부라지고 주름이 깊게 패이고, 검버섯이 나고, 머리는 검은색보다 흰색이 더 많아질 겁니다.

  


그러나 그 둘은 남들이 보지 못하는 서로의 빛나던 시절을 가슴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처음 만났던 그 시절, 스물다섯 여자와 서른 살 남자를 둘만은 잊지 않습니다.










번외)

어느 날  여자가 남자에게 금기의 질문을 던집니다.

" 다시 태어나도 나랑 결혼할 거야? "

" 응? 난 다음 생에 아주 큰 바위나 구름으로 태어날 거야 "

" ???????????? "







<제 인생 웹툰입니다. 언제봐도 마지막 컷에서 눈물을 쏟네요. 꼭 읽어 보세요 ^^>

https://comic.naver.com/webtoon/detail?titleId=703845&no=6&weekday=w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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