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 스포츠카의 대명사이기도 한 영화를 봤다.
1910년대 1차 대전,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이탈리아가 명품 스포츠카 제국으로 발돋움할 싹은 엔초 페라리라는 야심가의 눈빛에서 찾을 수 있다.
마세라티와의 운명을 건 대결, 꼬여버린 사생활, 여성의 질투와 언론의 추적이 영화의 배경으로 흐른다.
강한 남성의 승부욕과 야망, 질주본능...... 그러나 운명은 언제나 작은 차이에서 행운과 불운을 가른다. 레이서를 죽음으로 내모는 도로에 박힌 작은 이물질처럼.
엔초 페라리는 자신의 운명에 맞서고 결국 승리의 여신을 자기편으로 만든다. 현재 시가총액으로 이탈리아 1,2위를 다투며 고급 자동차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가진 페라리의 운명도 종이 한 장 차이로 갈릴 뻔했다.
레이서 엔초 페라리는 자신의 동료가 죽은 뒤 레이싱이라는 그 '잔인한 희열'을 즐기며 질주하던 자신의 운명을 바꾸기로 한다. 자동차 사업에 뛰어들어 전쟁통에 페라리를 마세라티와 경쟁하며 초일류 브랜드로 키워낸 것이다.
외아들의 죽음, 사생활을 두고 벌이는 언론, 부인과의 지리하고 피를 말리는 줄다리기는 엔초 페라리의 질주에 제동을 건다. 게다가 9명의 목숨을 앗아간 마세라티와의 운명의 레이스는 그를 감옥 문 앞에 까지 데려갈 듯했지만, 끝내 무혐의로 소송을 마친다.
숨겨두었던 여인과 새로운 아들도 본거지 모데나로 데려온다. 그 아들은 현재 페라리를 이끌고 있다.
긴장감을 주는 스토리, 스포츠카의 굉음과 속도감이 오감에 즐거움을 준다. 스포츠카에 타고 있는 듯 이탈리아의 대자연을 지나 로마의 웅장한 석조건물 숲으로 질주하는 쾌감은 영화의 만듦새가 다소 느슨한 면을 상쇄하고 남는다.
마세라티와의 레이싱 승부에 명운을 건듯한 페라리의 닦달에 겁에 질린 레이서들, 갓 스카우트한 젊은 스타 레이서 데포르티노의 불안한 눈빛과 아름다운 애인의 처연한 슬픔......
남성들의 욕망을 향한 무한질주의 세계, 아무도 그 끝을 예단할 수 없기에 허망할 수도 있는 인생의 레이스처럼 다가왔다.
스포츠카에는 남자들의 욕망이 담겨있다. 자신의 욕망을 다스리며 차열한 레이스를 벌이는 것이 남성의 삶이다. 그것이 설사 페라리 같은 폭풍의 질주가 아니더라도.
용감한 사나이는 한 번만 죽지만, 비겁한 사람은 여러 번 죽는다. 엔초 페라리를 보고 생각난 경구다.
영화의 장면 하나가 여운으로 남는다. 오페라를 관람하는 씬에서 주인공이 부르는 절창의 아리아에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지 않을 것만 같은 엔초 페라리의 눈에도 눈물이 맺힌다. 그것이 강함을 무너뜨리는 예술의 힘이 아닐까.
MASCAGNI CAVALLERIA RUSTICANA INTERMEZZO - Lucca Philharmonic - Andrea Colombini Vien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