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성의 법칙

by 마디


3월이 되자마자 마구 돌아다녔다. 일단 집 밖으로 계속 나갔다. 왠지 2월에 기대했던 일들이 그만치 미치지 못했단 생각이 들어 불안해졌다. 쉬는 날엔 사람들을 만났다. 덕분에 오랫동안 보지 못한 얼굴을 마주하기도 했다.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은 언제나 공존한다는 사실이 야속한 동시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차마 미치지 못한 성과에 도달하려면 일단 계속 붙잡고 늘어져야 한다. 계속 해야 한다. 해야 하는데 못하겠을 땐 자꾸만 몸에 한가득 걸치고 나간다. 바깥엔 언제나 새로운 것들이 있다. 바쁘게 움직이고 돌아오면 적어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불안감에서만큼은 벗어날 수 있다. 사람들을 만나면 어떤 식으로든 웃게 된다. 그게 억지웃음이든 터져 나오는 웃음이든, 단 한 번이라도.


어느새 3월하고도 11일이 지났다. 정신없이 돌아다니니 열흘이 넘게 지나있다. 몸이 바쁘게 움직여준 덕분에 머리는 조금이나마 단순해졌다. 그러나 편히 지냈다고는 할 수 없다. 아침이 되면 꿈속에서 누가 깨우는 듯 번쩍 눈이 떠졌다. 평소완 다르게 뒤숭숭한 꿈을 꾼 것 같이 찜찜할 때도 있다. 생각은 피상적인 부분을 맴돌면서도 멈추지 않았다. 몸이 은근히 보내온, 쉬고 싶다는 신호를 이젠 들어줄 때가 된 것이다.


온전히 쉬기로 마음먹고 지난달에 산 책을 펼친다. <그러니까 삶이란 사람을 구하는 일이구나. 그렇다면 사람은 사는 동안 응당 자기 자신을 구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책상 위엔 작은 수첩과 사전이 있다. 연필과 펜이 있다. 문장을 천천히 음미한다. 몇 시간이 온전히 내 것이란 사실에 안심한다. 좋은 문장을 한 번 더 읽는다. 가지고 싶은 단어를 수첩에 적는다. 결국 다시 읽고 쓰는 나에게로 돌아온다. 몇 번이고 나를 구하려 애써왔을 내가 다시 나를 구한다.


*고선경 <내 꿈에 가끔만 놀러와> Best Life

화,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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