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심리치료사, 아내, 그림, 음악, 꽃, 작가, 독서, 집순이 그리고 불안
나를 표현하는 단어들이다. 이 중에 가장 강력한 단어를 꼽으라면 당연히 불안이다. 나는 불안과 일평생을 함께했다. 어린 시절엔 불안이 뭔지도 몰랐고, 그 불안이 나의 생각과 감정 그리고 신체를 지배하는 줄도 몰랐다. 마치 무용을 처음 배우는 사람 스텝이 꼬이고 어디로 가는 줄도 모르고 상대방에게 끌려다기만 했다. 그렇게 불안에 이리저리 내 마음은 흔들렸고 그래서 아팠다.
내 나이 마흔 중반을 훌쩍 넘었지만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불안에 끌려다니지 않는다. 대신 내가 주도해서 불안과 함께 춤을 추며 살고 있다. 불안이 나를 더 열심히 공부하게 하고 준비하게 할 때도 있다. 그 덕분에 개인의 발전과 가정의 안전을 지키며 살았다고도 할 수 있다. 즉 불안이 항상 내 인생을 망가뜨리지 않았다.
하지만 불안이 과거처럼 나를 주도해서 나를 끌고 가려고 할 땐 늘 나는 'No!'를 외친다. 불안을 회피하고 싶어서 불안을 느끼고 싶지 않아서 선택하는 인생이 아니라, 내가 바라고 원하는 방향으로 늘 나아가려고 한다. 나의 신체과 감정을 돌보고, 매일 내가 세운 작은 목표들을 성취하며 불안에 흔들리지 않는 내면의 단단함을 만들고, 인생에 어쩔 수 없는 변화나 변수들을 자연스럽게 인정하며 하지만 웃으며 살아가고 있다.
불안으로 고통받은 사람들이 많다. 아니 자신의 고통의 심지어 불안으로 인한 것인지도 모르는 사람도 있다. 그들에게 불안은 없애야 하는 질병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영원히 함께 가야 하는 동반자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렇다고 불안에게 끌려다녀야 하는 것이 아니라 불안과 함께 즐겁게 춤추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 브런치 북을 읽은 모든 분들이 자신의 불안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불안과 함께 즐거운 춤을 추는 인생을 사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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