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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fthwheel(피프트휠)이 뭐게?

캠핑카 종류가 이렇게나 많다고?

by 원정미

5년 전 남편과 손가락 걸고 약속은 했지만 우리 둘 다 알고 있었다. 2-3년 안에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일단 여행을 떠나기 위해 처리해야 할 일들이 산처럼 쌓여있었지만 나는 그냥 순전히 재미 삼아 캠핑카를 구경하기 시작했다. 집순이에겐 어쨌든 집이 제일 중요하니까. 그리고 깜짝 놀랐다. 캠핑카의 종류가 이렇게나 많을 줄 몰랐다. 트럭 위에 간단하게 부엌과 침대를 달고 다는 것부터 캠핑카 안에 방, 거실, 화장실, 부엌에 세탁기 그리고 오토바이나 카약까지 싣고 다니는 마치 집을 통채로 옮겨 놓은듯한 캠핑카도 있었다.


미국은 그야말로 RV의 천국이다. 아마 서부시대 마차가 RV의 원조격이 아닐까 싶다. 그만큼 오래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다. 미국 전체인구의 9%가 RV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을 여행을 준비하며 알았다. 9%는 100명 중에 9명이니 어마어마한 숫자이다. 우리 동네에서 느끼지 못한 9% 힘을 미국 캠핑장을 돌아다니며 보게 되었다. 다니는 캠핑장마다 거의 빈 곳 없이 캠핑카가 정차되어 있었다. 거기다 미국은 다양한 문화와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을 즐기는 사람이 많기에 거기에 맞춘 듯한 다양한 RV가 있다.


캠핑카의 종류가 많은 만큼 각각 장단점이 분명했다. 선택이 많으면 좋은 선택을 할 수 있으리라 믿지만 사실 종류가 많다는 것은 때론 선택을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인터넷과 유튜브를 찾아보며 장단점을 비교하기 시작했다. 모든 선택이 그렇듯 모든 사람에게 완벽한 캠핑카는 없었다. 다만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잘 맞는 캠핑카가 있을 뿐이었다. 이동이 편한 사이즈는 부엌이나 수납공간, 침실공간이 좁고, 공간적 여유가 많고 침실, 화장실, 부엌까지 구비된 사이즈는 이동과 주차가 불편하고 잔고장이 많다. 그렇게 각각의 캠핑카엔 장단점이 있었다. 따라서 자신에게 딱 맞는 캠핑카를 고르기 위해선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답을 찾아야 했다.


얼마나 자주 캠핑카를 사용할 것인가?

몇 명을 태우고 다닐 건인가?

주로 캠핑장을 이용할 것인지 아니면 자연 속으로 가는 것인가?

짐은 얼마나 실을 생각인지?

캠핑카를 사용하지 않을 시 어떻게 보관할 것인가?

얼마나 자주 이동할 것인가?

어려움 없이 운전은 할 수 있을까?

자동차와 일체형을 할 것인지 아니면 분리형이 적합할까?

등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캠핑카를 찾는 것은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무엇을 선택한다는 것은 사실 나머지를 포기해야 하기에 늘 고민이 되었다. 하지만 최대한 우리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캠핑카를 보고 있었다.


캠핑카를 보기시작하면서 우리가 현실적으로 봐야 할 것들과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더욱더 객관적으로 생각할 기회가 되기도 했다. 무엇인가 선택하고 결정할 때는 좋은 점과 나쁜 점 모두를 볼 수 있는 눈이 필요하다. 세상에 어떤 선택도 100% 우리를 만족시킬 선택은 없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장점에 홀려서 그것이 전부라고 생각한다면 그 뒤에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되기도 한다.


우리가 하기로 한 여행은 생각보다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일단 우린 아이 둘과 강아지가 동반했고 한 2년 정도 계속 여행만 할 계획이라 좀 큰 사이즈가 필요했다. 주말용이 아니라 일상을 보내야 하기에 되도록 아이들과 우리부부가 각각 분리될 수 있는 공간을 찾았다. 아무리 사랑해도 좁은 공간에 오래 있으면 싸우기 마련이니까.


거기다 세계여행이 캠핑카여행이 된 가장 큰 이유는 ‘밥‘때문이었다. 나는 하루 한 끼는 꼭 한식을 먹어야 하는 별난 위장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쌀과 김치, 고추가루, 고추장등 한식 재료를 항상 싣고 다닐 수 있는 큰 부엌과 냉장고가 있어야 했다. 2년 동안 여행을 다녀야 하기에 각각 사람당 4계절 옷과 신발이 필요했고 그만큼 수납공간도 필요했다. 그래서 결론이 난 게 피프트휠, fifthwheel이라는 캠핑카였다.


Fifthwheel ‘다섯 번째 바퀴‘로 불리는 이 캠핑카는 캠핑카 중에서 가장 크고 튼튼한 종류에 속한다. 우리처럼 장기간 캠핑카 여행을 다니는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종류이다. 이동할 때는 큰 짐을 운반하는 박스트럭 같지만 정박하고 나면 마치 트랜스포머처럼 부엌이나 방침실이 바깥쪽으로 스르륵 열리고 공간이 훨씬 넓어진다. 차가 정박하고 나면 마치 집에 온 것 같은 편안함과 아늑함을 준다.


하지만 fifthwheel은 기본 사이즈가 크고 무겁기 때문에 운전과 hook-up이 힘들다. 보통은 30피트에서 크게는 48피트가 넘는 것도 있다. 1피트가 30센티가 조금 넘는다. 우리 캠핑카는 40피트가 살짝 넘으니 거의 12미터가 넘는 길이이다. 보통 승용차가 4-5미터라고 생각하면 트럭뒤에 승용차 2대 이상을 끌고 다니는 셈이다. 이런 크고 무거운 캠핑카를 끌 트럭은 또 얼마나 커야 할까. 우리가 산 트럭도 일반 트럭 중 가장 크고 힘이 센 트럭이다. 차가 많은 도심에서 주차하거나 운전할 땐 항상 신경 쓰고 조심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캠핑카를 선택한 이유는 방이 일단 작지만 2개가 있다. 아이들과 우리가 따로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부엌과 거실도 나름 크서 왠만한 요리는 다 할 수 있었다. 밖으로는 냄새나는 생선요리나 바베큐를 할 수 있는 아웃도어 부엌도 있고 물건을 실을 수 있는 수납공간도 있다. 작은 아파트와 매우 흡사하다. 원래 지내던 집보다는 한참 작아도 개 한 마리와 4명이 여행하면서 지내기는 괜찮으리라 믿었다.


이 캠핑카가 얼마나 거대한지 구입할 당시엔 미처 체감하지 못했다. 직접 캠핑카를 끌고 도로로 나왔을 때 어마어마한 사이즈를 체감했다. 웬만한 곳에서는 유턴이나 일반턴을 하기 어려웠고 운전 중 갑자기 속력을 줄이기도 힘들다. 때문에 안전거리를 늘 지키며 다니는 것이 중요하다. 가끔 그 안전거리 안으로 깜빡이도 없이 끼어드는 얌체 운전자들이 있다. 그럴 때마다 심장이 쿵하고 떨어질 때가 많다. 신호등에 잘못 걸리기라도 하면 난감하기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캠핑카가 너무 길다 보니 자칫 잘못하다간 도로를 막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오르막 내리막 백업등도 어려웠다. 새로운 곳을 가거나 특히 길이 좁거나 차가 많은 곳에선 잔뜩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차가 크고 여러 가지 편의가 장착되어 있는 만큼 잔고장이나 문제가 많아서 늘 미리 체크하고 보수하는 것이 필수였다. 이런 이유로 fifthwheel은 베테랑 RV캠퍼들이 선택하는 종류였다.


세상에 완벽한 선택은 없었다. 모든 선택엔 장점과 단점이 있었다. 그것을 모르고 장점만 보고 선택할 경우 무시무시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 평소에 운전을 잘하고 겁이 없는 남편은 거의 13미터에 가까운 거대한 캠핑카를 덜컥 선택했고 후에 이 아이 덕분에 캠핑장에서 한동안 계속 고군분투해야 했다. (이야기는 후에 더 자세히^^) 물론 캠핑카의 단점 대부분이 남편의 몫이라는 것이 나에겐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여행을 다니며 길을 나설 때는 한없이 긴장하고 어렵지만 일단 캠핑장안으로 정착하고 나면 여느 호텔 부럽지 않은 건 사실이다. 편안한 매트리스에서 숙면을 취하고 내게 익숙한 물건들과 내가 원하는 음식을 해 먹을 수 있으니 거의 집이나 다름이 없다. 나처럼 나만의 안전한 공간이 필요한 사람에겐 사실 적격이다. 남편에겐 미안하지만 사실 나는 fifthwheel을 선택한걸 아직까지는 후회하지 않는다. 어차피 모두를 만족시킬 순 없으니까.



https://youtube.com/shorts/lPhI_BPTo34?si=B6Kw6UalbbaWqEX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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