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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금 300만 원을 내고 배운 것

너는 벌금도 비싸구나

by 원정미


미국은 공권력의 힘이 세다. 당연히 법이 까다롭고 또 그만큼 벌금이나 벌칙에 대한 기준도 높다. 때문에 자동차, 요트, 오토바이등을 사더라도 지켜야 할 규칙과 법규가 까다롭다. 캠핑카도 마찬가지였다. 캠핑카처럼 일반 승용차사이즈를 넘어가는 종류는 아무 데나 절대로 장기주차를 할 수가 없다. 반드시 개인 주거지안에 주차해야 한다. 그것을 알고 있었기에 캠핑카를 고를때 우리집 마당에 주차할 수 있을지 먼저 생각했다.


운이 좋게 우리가 원하는 캠핑카를 중고로 구할 수 있었고 앞마당에 겨우겨우 끼워 넣을 수 있었다. 그렇게 기뻐하길 잠시, 한 달 뒤에 캠핑카 때문에 벌금이 날아왔다. 거의 삼백 불 가까이 되는 돈이( 한국돈으론 한 사십만 원쯤 될라나) “우리는 왜? 우리 주거지 안인데 뭐가 문제지? “싶었다. 알고 보니 캠핑카는 무조건 시멘트 처리가 된 곳에 주차해야 했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우리 집 앞마당은 흙바닥이었다. 담당직원에게 우리가 몇 달 뒤에 장기 여행을 떠날 것이라고 사정을 말해도 소용은 없었다. 직원은 재검사를 하기 전에 캠핑카를 치워야 한다고 했고 한 달의 기한을 주었다.


부랴부랴 캠핑카관련된 교통법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미국은 각주마다 법률이 조금씩 다 다르다. 캘리포니아에선 무조건 자기 소유지 담장 안에서 보관하거나 자기 집 차고 앞에 세우려 할 때에도 시멘트처리된 곳에만 허락된다. 집앞에도 함부로 세울 수 없다. 법적으로 길은 개인소유가 아니기 때문이다. 길에다 잠시 주자 할 수 있는 시간은 오직 삼일 뿐이었다.


캠핑카가 많이 출몰하는 관광지에선 오히려 더 까다롭다. 캠핑카전용 파크나 공원 혹은 해변가가 아닌 이상은 잠시 정차는 가능해도 거기서 숙박은 할 수도 없다. 캠핑장 사이트나 국립공원은 사이즈까지 규제하는 곳도 있다. 우리처럼 큰 사이즈는 들어가지 못하는 곳이 많다. 캠핑카를 샀으니 산이고 바다고 아무 곳이나 주차하고 거기서 마음대로 지낼 수 있을 거라도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개인의 자유가 존중되는 만큼 타인의 자유도 중요한 곳이 미국이다.


캠핑카여행을 하다 혹 전용파크를 못 찾고 어쩔 수 없이 길에서 하루 묵어야 한다면 큰 마트 주차장에 하루 정도는 머물 수 있다. 그것도 마트에서 허락해 주는 경우에 한에서이다. 당연히 그곳의 수도나 전기를 써서도 안된다. 캠핑카를 사서 이용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을 지켜야 한다. 캠핑카 생활이라는 것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이야기들이다. 생각보다 법규가 많고 까다롭다는 사실이 놀라웠지만 그 덕분에 지금까지 캠핑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 때문에 얼굴을 찌푸리는 일도 별로 없었구나 싶었다.


이런 이유로 도시근방에 캠핑카나 요트 혹은 오버사이즈 차들을 장기주차하는 곳들이 있다는 것도 알았다. 우리도 그런 곳을 급하게 알아보았더니 거기도 한 달에 300불 이상이 들어갔다. 멀리 장기주차를 맡길 바에 집 앞에 두고 쓰는 것이 편할 것 같아서 그냥 벌금을 내기로 했다. 고지서는 정말 성실하게 한 달에 한 번씩 날아왔다. 작년 12월쯤부터 시작해서 올해 6월 말까지였다. 몇 달 안에 모든 것을 정리를 하고 떠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인생은 늘 우리 뜻대로 가주지 않았다. 이런저런 일로 시간이 지연되면서 7개월이 흘렀고 벌금만 이천불 넘게 냈다.


무엇이든 내가 얻는 게 있으면 책임질 일도 반드시 생기는 법이다. 캠핑카만 그럴까? 모든 선택엔 책임이 따른다. 귀여운 반려견을 키우는 것도,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도,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도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도 겉으로 보기엔 마냥 행복하고 즐거울 것 같지만 사실상 엄청난 책임과 의무가 따른다. 그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않을 때 얼마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들이 일어나는지 우리는 자주 접한다. 캠핑카를 사기만 하면 낭만적인 여행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리의 착각은 무너졌다. 현실은 우리가 캠핑카를 누리는 만큼 책임지고 지켜야 할 룰도 있다는 것을 비싼 돈을 주고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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