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도 일본의 식민지였습니다.”
창 밖을 바라보던 우리에게 가이드가 말을 꺼냈다.
가이드를 향해 모든 시선이 쏠렸다. 놀라운 사실이었다. 이어서 그가 말했다.
“근데 대만 사람들은 일본인들이 깔끔하고 예의 바른 민족이라고 말합니다. 과거사에 대해서는 일본이 식민 지배를 하면서 대만에 좋은 일을 많이 해줬다고, 고마워하기까지 해요.”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가이드는 당연한 반응이라며 슬며시 웃었다. 그는 대만의 독재자, 장제스(蔣介石)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장제스는 중국에서 국민당을 이끌고 대만으로 내려왔다. 그는 혹독한 독재자였다. 계엄령도 38년 동안 이어졌다. 모든 자유를 억압했다. 국가보안법도 발효되어 반대 세력을 탄압하고, 소수의 외성인(外省人)이 다수의 본성인(本省人)을 지배했다. 이로 인해 사회적 갈등이 심각했으나, 일본이 지배권을 가지면서 억압이 덜해졌다. 일본은 대만을 농업 생산지로 정하고 ‘모델 식민지’로써 성공하기 위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해나갔다. 그래서 대만에서는 일본 식민 지배에 대해 우리와 전혀 다른 이미지가 있는 것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얼마나 다양할 수 있는지, 가이드의 말을 통해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같은 식민지 시대를 겪더라도 그 상황을 전혀 다르게 수용할 수 있구나 싶었다. 역사란, 다양한 관점에서 서로 다르게 해석되기 때문에 어떤 민족에겐 고통스러운 기억이 다른 누구에겐 의미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우리와 다른 문화를 바라볼 때 필요한 건 열린 마음이었다.
우리와 다른 시선, 다른 문화, 다른 역사. 우리에게 아픈 상황이 다른 곳에서는 환대받을 수 있음에 신기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했다. 이에 절대적인 관점을 가지고 비난할 수 없다. 국민의 정서는 다양하고, 나라의 정세도 다르기 때문에 왈가왈부할 수 없다. 이러한 역사적 양면성 속에 나는 무조건적인 역사의식을 내려놓고 다면적인 각도를 세워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대만의 구체적인 상황들을 모두 다 알 수 없지만, 매번 새로워지는 모습들에 약간은 놀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