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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내기 권선생 Jun 03. 2024

투어가 왜 좋냐면요

타이중, 가오슝 투어 이후에 느낀 점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가 본 건 아마 중2 때쯤이었던 거 같다. 일본 규슈 지역으로 투어를 떠다. 일본 중에서도 특별히 그곳을 가고 싶었던 건 아니고, 홈쇼핑을 즐겨보던 엄마가 꽤 괜찮은 가격이라며 냅다 예약했고 우리에게 통보했다. 처음 가보는 해외여행에 들뜬 마음을 가지고 "뭐부터 하면 돼?" 하엄마에게 물어봤다.  하지만 돌아오는 말은 "없어"였다. 듣자 하니 정말로 할 게 없어 보였다. 항공권, 여행지, 숙소까지 모든 걸 한 번에 해결해 준다고 하니, 우리는 개인 짐만 싸면 되었다. 어딘가 허전하긴 했지만, 모든 걸 해준다니 정말 끝내준다고 생각했다.


 김해국제공항의 약속 장소에 도착해 보니 배낭을 메고, 안경을 끼신 40대로 보이는 여성 한 분이 서 계셨다. 그녀는 가벼운 미소 지으며,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다. "선생님, 반갑습니다. 저는 이번 투어 함께 하게 될 가이드입니다." 처음 본 우리에게 이렇게 호의를 베풀어주심에 감사했고,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데 든든한 동반자가 생긴 것만 같아 마음이 편안해졌다. 가이드님은 여행 지역만의 특유의 역사나 문화에 대해 아주 상세히 설명해 주셨다. 예전에는 인터넷이 크게 발달되어 있지 않아, 정보를 얻을 수 창구도 없었다. 그래서인지 가이드님 말씀이 정말 신비로웠고, 바다 하나를 두고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하며 감탄하기도 했다. 또한 항공권 및 숙소를 전부 합쳐도 이 정도 가격이면  꽤 합리적인 가격이었다. 좋은 시간대의 항공권, 높은 성급의 숙소, 그리고 검증된 여행지와 식당. 이 모든 걸 한 번에 누릴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아마 이러한 장점의 극대화를 보여준 게 몇 년 전까지 JTBC에서 방영했던 '뭉쳐야 간다' 프로그램이지 않았을까.


 사실 좋은 점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 버스 안에 관광객들로만 가득 차니 너무 시끄러웠고, 관광지 방문 시간 한정되어 있어 여유롭게 둘러볼 수 없었다. 어떤 여행지를 가도 시간에 쫓기는 우리를 보니 안쓰러워졌다. 심지어 우리가 도착했던 여행지는 현지인보다 투어 사람들로 가득해, 이곳이 일본이 맞는지 헷갈리기도 했다. 그리고 패키지여행은 분류하자면 '떠먹여 주는 여행'이다 보니, 정말 기억에 강력했던 장소가 아니라면 시간이 지날수록 잊혀졌다. 찍었던 사진을 봐도 그 장소가 어디인지 흐릿해졌다. 정확한 지명은 떠오르지 않고, 그때의 느낌만 두리뭉실하게 떠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장점보다는 단점들이 선명하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 이후부터는 투어를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스스로 여행의 정의를 '자유롭게 떠돌아다니며 이것저것 마음껏 해보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투어로 여행 간다는 친구를 보고 이해할 없다는 눈빛을 보내기도 헀으니까.



 하지만, 이번 대만 여행에서 좋았던 순간이 언제였냐고 물어본다면, 웃기게도 '투어'를 꼽을 수 있다. 대만여행 자체를 패키지 투어로 온 건 아니지만, 특정 지역을 갈 때는 투어를 활용했다. 예컨대 타이중에서 '고미습지'를 갈 때나 또는 가오슝에서 '컨딩'을 갈 때는 반나절 혹은 일일 투어 적극 이용했다.


우리가 투어를 선택한 이유는 정말 간단했다. 단순히 우리가 원하는 목적지(관광 장소)에 안전하고, 빠르게 가기 위해서. 버스는 너무 오래 걸리고, 택시는 너무 비싸니 절충안이 '투어'인 셈이었다. 투어는 한국에서 여행 전문 사이트에서 아주 쉽게 찾을 수 있었는데, 사이트별로 옵션이 정말 다양했기에 세부 사항을 비교하고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로만 선택했다.


투어 차량을 오를 때의 그 상쾌한 공기를 아직 잊을 수 없다. 심지어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시트는 지하철을 타며 자리가 있는지 눈치게임할 때와는 사뭇 다른 공기였다. 심지어 들고 온 짐도 잠시 두고 내리면 되니, 버스이긴 했지만, 사실상 우리에게는 개인 모범택시와 다름없었다. 심지어 특정 시간까지 아주 정확하고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다니. VIP 서비스와도 다름없었다.


 그중 화룡점정은 가이드님의 상세한 설명이라 할 수 있겠다. 가이드님께서는 우리가 한국 블로그나 유튜브에서는 찾을 수 없었던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우리에게 관광객들이 가지 않는 현지 사람들이 주로 가는 찐 로컬 시장과 맛집에 대해 소개해준 덕에 아주 저렴하게 맛있는 과일을 먹을 수 있었다. 또한 가오슝에서 만났던 가이드님께서는 대만에 유학한 적 있다고 했는데, 유학 생활을 하며 있었던 에피소드를 재미있게 들려준 덕에 대만에 더 빠져들 수 있었다.



 심지어 한국인들이 좋아할 레어 한 편의점 음식들을 추천해 주셨다. 전부 처음 접한 간식이었는데, 실제로 과자 봉지만 보았을 때는 절대 먼저 손으로 집을 거 같지 않은 비주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봉지를 뜯고 맛보았을 때 저 세상맛이라며 마음껏 먹게 되었다. 그리고 맛깔나게 들려주시는 대만 역사와 문화(아침 식사, 오토바이 등)에 빠져들게 되었고, 일본에 식민 지배받았지만 긍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는 정치(외교)까지도 알 수 있었다. 어디에서도 듣지 못할 재미난 고급 유료 강의를 들은 기분이었다.


그렇게 싫었던 투어가 점점 좋아지기 시작했다. 이번 여행으로 다음에 또 '투어'해야 할 이유가 생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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