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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내기 권선생 Apr 05. 2023

'초보 운전' 딱지가 거슬렸다

집에서 조금 먼 거리로  았다. 자취를 고민하던 중, 아빠가 평소에 차를 흔쾌히 주셨다.


비록 는 아니었지만, 그저 겼다는 만으로도 너무 기뻤다. 애지중지하며 관리했고, 자주 세차했다. 가끔 손잡이에 문콕을 당한 자국이 있는 날이 있으면, 내 몸에 상처 난 듯 마음이 아팠다.


소에 가고 싶었던 곳을 이곳저곳 여행했다. 하루는 바다 근처 카페를 갔고,  하루는 수목원을 갔다. 언제는 한 번 인적 드문 곳에서 돗자리를 깔고 피크닉을 즐기기도 했다. 차가 있다는 게 이렇게 좋은 건가 싶었다.


 초보인 나에겐 안전 운전 자연스러웠다. '초보 운전' 딱지를 뒤에 붙인 채, 모든 표지판을 지려고 애썼다. 규정 속도를 준수했고, 속도를 넘어가며 과하게 운전하는 사람들을 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사고가 날까 1차선은 꿈도 꾸지 않았고, 노란불이 걸렸을  어떻게든 멈추려고 애썼다.  비보호 좌회전, 유턴, 우회전을 할 때는 항상 마음을 졸인 채 핸들을 꺾었다.


가끔 차선을 바꾸려고 깜빡이를 켜면, 일부러 앞으로 쭉 직진하는 사람들이 참 웠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자, 언제부'초보 운전'  딱지가 거슬렸다. '초보 운전'이라는 문구가 날 지켜주는 게 아닌,  도구가 된 거 같. 끼어들기도 일부러 더 안 해주는 거 같고, 이상하게 나에게만 더 빵빵거리는 거 같았다. '초보 운전' 딱지가 원인일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보라서 배려받는 게 아닌 비난의 도구가 된 거 같았다. 그래서 과감하게 그날 초보 운전 딱지를 뜯어 쓰레기통으로 버렸다.


착각겠지만, 전보다 내게 클락션 울리는 소리가 줄어거 같았다. 이상하게 좀 더 양보도 잘해주는 거 같았다. '그래. 사회가 그런 거지 뭐' 하고 자조했다. 강약약강. 강한 사람한테 약하고, 약한 사람한테 강한 것.


 내 운전 습관은 망가져가고 있었다. 규정 속도를 잘 지키지 않고, 1차선을 횡보하며 마음껏 액셀을 밟고 있었다.  무리하게 끼어들기하는 차들을 향해서는 마음껏 클락션을 울렸고, 노란불이면 멈추는 게 아닌, 액셀을 밟을 때가 많았다. 점점 험악해져 갔다.


 거북이 운전자들이 답답하고 싫었다. 나도 분명 초보이었음에도, 그들에 대한 관용이 사라져 갔다. 초보와는 난 다른 세계를 살고 있다 생각했다.


하지만 무료하게 퇴근하는 날, 한 사건 일어났다.


한 차가 좁은 골목에서 우회전을 못한 채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 초조한 표정으로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는 운전자가 안쓰러웠다. 잠시 브레이크를 밟고, 우회전할 수 있게 기다렸다. 운전자는 감사 마음으로 수 십 초 동안 깜빡이를 켰고, 감사의 표시로 손을 기도 하셨다. 정말 고마웠던 모양이었다. 차 뒤를 자세히 보니 '초보 운전'이라는 노란 딱지가 있었다.


집에 가는 동안 생각에 잠겼다. 누구에게나 초보일 때가 있었는데, 그 시절을 벌써 잊고 있었다. 왜 여태  또한 초보 운전자를 배려하지 않아 줬던 걸까. 나의 행보는 나의 초보시절, 다른 운전자의 태도와 다를 바가 없었다.


원래 힘들 때는 작은 배려도 정말 고맙게 느껴지는 게 아니었던가.


오늘부터라도 조그만 배려를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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