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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내기 권선생 Apr 24. 2023

든든한 MBTI

"저는 MBTI  I 라서요"

'교실'이라는 공간이 의 작은 사회임을 느낀다. 다채로운 성격을 가지고 가지각색의 학생들이 모여 있다. 외향적인 아이, 내향적인 아이 그리고 이성적인 아이, 감정적인 아 등.


어떤 아이는 앞에서 춤추고, 노래 부르는 걸 겨하지만, 어떤 아이는 모둠에서 의견 한 번을 말하지 못한다. 어떤 아이는 논리적으로 이야기하지만, 어떤 아이는  이야기가 친구의 마음이 다치게 하지 않을까 걱정한다.


'과연 저 맘 때의 난, 어떤 아이였을까?' 하고 과거의  떠올려본다.


어렸을 적 평범한 아이였다.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평범하게 학교를 다니는 그런 아이였다.


조금 달랐던 점은 조용했다. 예쁜 글씨로 글 쓸 수 있었지만, 앞에서 자신감 있게 그 글을 읽을 수 없었다. 친구들과 함께 있는 건 좋았지만, 용기를 내어 말을 걸어본  드물었다. 그래도 나 자신이 평범하다고 생각했다. 그저 조금 다를 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른들은 생각은 달랐다. 나보고 소심하다고 했다.

'자신감 좀 가져.' '우리 범석이는 정말 괜찮은데, 목소리가 너무 작다.' 방학마다 담임 선생님께서 적어주시는 통지표에는 칭찬이 있었지만, '내향적인 성격이 달라진다면~' 내용은 랐다. 어른들의 말에, 어느새 난 평범하지 못한 사람이 되어 갔다.


학기  질문 중 '가장 친한 친구는?'이라는 문구가 참 부담스러웠다. 두루두루 친하다고 생각해, 한 명을 꼽기가 어려웠는데 꼭 적고 하셨다. 공백으로 제출했는데, 선생님의 아오는 답변은 '친한 친구가 왜 없어?'였다. 어른들에게 친한 친구가 없다는 건 문제 있는 학었던 것다.


그들에게 나의 내향적인 성격은 곧, 소심하고 자신감 없는 걸 뜻했다. 그리고 내가 소심한 성격이라는 걸 알고부터는 더 소심해졌다. '난 대체 왜 이럴까. 왜 이렇게 자신감이 없을까.' 의욕 넘치고, 할 말을 하는 다른 친구들이 부다.


의 사랑을 받고 싶었던 난 점점 외향적인 성격으로 고 싶었다. 일부러 내 의견을 피보려고 했다.  친한 친구를 만드려고 일부러 노력했고, 발표도 나서서 했다. 스스로에게 채찍질했다. 그렇게 나는 자랐고, 아이는 성인이 되어갔다.


대학생이 때, MBTI 검사를 처음 해보았다. INFJ라는 결과가 나왔다. '내가 I라고?' 향적으로 바뀌었다고 확신했던 나는 믿을 수 없었다.  여러 번 다시 검사해 보았지만, 같은 결과가 나왔다. 내향에 대해 좋지 않은 생각을 가지고 있던 나에겐 이 결과는 날 불안하게 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인이 되, 난 계속해서 외향적이려고 노력했다. 이게 좋다고 생각했다. 사람들도 나의 이런 나의 적극적인 모습을 더 좋아하는 듯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였을까? 좀 지친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에게 맞춰 사는 내가 좀 불쌍하다 생각이 들었다. 나 스스로 돌보기에도 아까운데, 왜 치대로 살고 있지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가 언제 과연 가장 행복할까 생각 봤다.  내게 행복한 시간은 친구들과 포차에서 술을 마시는 것보다 혼자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시간이었다. 타인과 밥을 먹는 자리보다 집에서 혼자 반찬을 내어 먹는 시간이었다.


아무리 외향적이고 싶어도, 나는 내향적인 사람이구나 싶었다.


'범석 쌤은 원래 말이 없는 편이야?'라는 질문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 한참을 고민하다 멋쩍은 웃음으로 "저는 I라서요 "라고 대답했다. 생각보다 반응이 나쁘지 않았. "아~ 그렇구나!" 다른 주제로 대화가 넘어갔다. 다행이었다.


MBTI가 언제부터 날 보호하는 방패처럼 느껴졌다, 어떤 모임을 나가기 싫을 때,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 'I 라서요'라는 말에 방은 날 이해해 줬다. MBTI가 지루하고 뻔한 라 이야기라고 하지만, 오히려 MBTI  방이 되어줬다. 이상한 힘이 있는 거 같았다. I인 사람들을 내향적인 사람이구나 하고 이해하게 해 주고, T인 사람들을 이성적인 사람이구나 하고 이해하게 해 주는 거 다.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난 그렇게 태어났으니까, 그만 괴롭혀'라고 대신 말해주는 거 같았다.


MBTI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많은 현시점이지만, 적어도 내에게는 방패막이되어 날 든든하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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