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s Your Day Going?
비에 씻긴 새벽 공기가 차갑다.
창틀 양 옆에 붙은 고리를 당기고 손잡이를 돌려 창문을 열었다. 아래쪽을 향해 열리는 창문 틈으로 이름 모를 공기의 냄새가 들어온다.
방금 물러난 밤 달이 남겼거나 막 떠오른 해가 풍기는 냄새일까. 꽃향기 같기도 하고 달착지근한 과일 냄새 같기도 하다. 어릴 적 살던 동네 길에서 맡아본 냄새다.
창문을 열기 위해 밖으로 삐져나간 손등에 툭 새벽 비가 한 방울 떨어진다. 그대로 창틀에 팔을 올리고 서서 밖을 내다보았다.
이 냄새를 언제 맡아봤더라 추억에 잠기려는 찰나, 한 남자가 지나간다. 턱수염으로 둘러싸인 입술, 두툼한 안경, 그리고 등에 멘 커다란 백팩을 보며 문득 그 남자는 몇 시에 일어났을까 궁금해졌다.
일주일째 시차를 이기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다. 지독한 아침잠꾸러기인 내가 새벽 시간에 깨어있을 수 있는 이유다.
비행 내내 난기류에 시달린 탓에 땅을 딛고 나서도 온몸에 느껴지던 진동을 시작으로, 낮에 자고 밤에 깨는 기이한 일을 계속하고 있다. "이제 출근할 일도 없고, 자연스럽게 돌아올 때까지 걍 냅둘래. 나 원래 시공간 감각이 둔하잖어" 내 말에, 수면 유도제를 권하던 친구들도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사실, 난 이 시간차를 못 이기는 척 즐기고 있다.
남들 다 자는 시간에 혼자 깨어있는 것도, 남들이 다 깨어 뭔가를 하는 시간에 혼자 쿨쿨 자는 것도 은근히 재미가 있다. 아침잠 많은 내가 가끔은 새벽 공기의 신비로우면서 살가운 느낌을 맛보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이다.
놓친 드라마를 몰아보거나, 머릿속에서 과거와 현재를 왔다 갔다 하며 글 쓸거리를 찾아보는 것도 매력적이다. 시간과 공간의 혼동이 가끔은 낯선 생각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둥근 지구가 자전하며 햇빛을 쬐는 면이 달라 생기는 시차. 교통과 인터넷의 발달로 서로 아무리 가깝게 느껴도 시차는 고정불변이다. 물리적 거리가 존재하는 한 시차도 엄연하다. 지나치게 감각이나 관념으로 흐르려 할 때 시차는 이성과 경험을 챙기도록 일깨워 주는 존재다.
시차를 겪을 때마다 이 드넓은 지구의 일원임을 깨닫는 동시에 우주의 신비를 한 아름 품에 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내가 떠나온 곳에서 나보다 먼저 다음날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문득 묻고 싶어 진다. 난 아직 목요일에 있는데 금요일은 어떠냐고, 지낼만하냐고.
나의 오늘이 그들의 어제인 것처럼 그들의 오늘은 나의 내일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은 공간이 정해준 다른 시간대이다.
그리고 같은 시간대에 모인 사람들조차 각자 다르게 자신만의 시간을 채워간다.
각자의 시간은 다르고 유일하다.
물리적 거리를 압도하는 마음의 거리 또한 그 시간들만큼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