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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테비 Mar 25. 2024

운동 3종 세트 하는 월요일

헬스, 스쿼시, 요가

집과 청소년 학교 학원이 교통도 불편하고 시간도 걸려서 동선이 맞으면 같이 집에 들어온다. 청소년이 중학교를 졸업하고 들어간 예비고1 방학은 추운 날씨에 더없이 바빴지만, 개학하고 나니 한가해졌다. 내 직장 퇴근 시간은 남들보다 살짝 빠르다. 다른 요일은 조금씩 일이 있는데 월요일은 조용하다. 웬만하면 월요일 꼭 운동 가는 이유다. 다른 요일을 대비해 월요일에 일이 없으면 무조건 운동을 가야 한다. 내일 도서관 모임이 두 개나 있다. 글쓰기 모임과 회의. 월요일 시작을 요가로 한다면 화요일은 스쿼시로 몸을 숨차도록 뛰는 요일이다. 도서관 모임이 두 개나 잡힌 내일을 위해 오늘 스쿼시 가려고 아침에 운동복을 챙겼다. 오후부터 비가 추적추적 온다. 스쿼시장을 갈까, 카페에 가서 책이나 읽을까, 배 고픈데 밥 먹을까. 내적 갈등이 일었지만 운동이 승리했다.

스쿼시 센터 앞 : 빗 소리와 음악 소리. 이런 날 운동은 아니라고 본다.

선생님께서 지난 수업 시간 마치는 인사를 하며,

“부족한 회원은 금, 토, 월이 있으니 시간 날 때 와서 연습하세요.” 하셨다.

그건 누구?! 나다. 스쿼시를 13, 4년 전에 했다. 작년까지 클라이밍과 요가를 했지만 체지방 하나 줄지 않고 근육량이 하나도 늘지 않아 유산소 운동으로 살을 빼야겠다는 마음과 함께 3월부터 스쿼시를 시작했다. 자세는 흐트러질 대로 흐트러졌고, 뛰지 않던 내가 뛰어다니니 토할 듯 숨을 쉰다. 20대 때 처음 시작하고 30대 때 또 한 번 해보고 40대가 된 지금 또 시도한다. 20대 때나 지금이나 선생님께 물 좀 마시고 오겠다며 타임 아웃 외치는 나는 여전했다.


선생님의 말씀 듣고 금요일 퇴근부터 스쿼시 하러 갈까 했다가 여의치 않아서 오늘은 무조건 가야겠다고 결심했다. 운동은 결심에 가까운 의지가 있어야 몸이 움직이니까. 월요일은 강습이 없으니 혼자 연습해야 한다. 공과 사투를 벌이느라 앞 뒤 옆 가릴 것 없이 좁은 공간을 뛰어다니지만 근육을 골고루 쓰는지 모른다. 스쿼시 장에 헬스 장도 같이 있어 30분 근력운동을 했다. 10회 받은 PT가 아깝지 않게 활용해야지. 오늘은 하체 운동을 했다. 가장 싫어하는 레그 익스텐션, 런지, 와이드 스쿼트. 적당히 했다. 코치님이 없으니까. 적당히 내 페이스대로. 30분. 숨이 별로 차지 않는다. 무리하지 않는다. 스쿼시코트로 가서 1시간 정도 연습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머릿속으로 자세는 알겠는데 공을 칠 때 몸과 생각이 따로 논다. 공을 끝까지 볼 것, 무릎 정도에 공이 왔을 때 칠 것 등 기본 수칙은 공이 바닥에 떨어져 받아내지 못하면 되뇌어진다. 공이 떠서 날아가면 이게 아니라고! 라켓 각도! 하고 혼잣말한다.

헬스 30분. 구청에서 운영하는 곳이라 기구가 오래됐지만 레그 익스텐션 찾았으니 됐다.

요가는 월요일 루틴이니까. 일주일에 두 번밖에 안 가니까. 1시간 반 정도 남았다. 오후 4시부터 배가 고팠다. 밥 양을 줄이고 점심 후 라떼를 마시지 않았더니 배가 고플 만도 하다. 스쿼시 전부터 밥을 먹을까 고민했지만 꾹 참았다. 가볍게 먹고 싶다. 고기는 먹기 싫다. 점심 반찬으로 동인동 찜갈비가 나왔으니까, 저녁은 고기 없이. 근처 샐러드 가게를 찾았다. 집에 들어가면 소파에 퍼져 있다가 요가 갈 게 뻔하기 때문에. 올데이브런치 메뉴로 샐러드 파스타를 파는 카페가 있어 갔다. 이번 주 토요일 책 모임을 위해 책을 펼치고 파스타를 곁들였어야 했지만 반대다. 파스타 먹느라 책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다 먹고 집중해서 읽어야 했을 만큼 맛있게 먹었다.

샐러드파스타 - 종종 가볍게 먹고 싶을 때 들러야겠다

샐러드파스타로 배를 채웠더니 과하지 않아 요가에 무리가 없었다. 요즘 요가원 선생님 말씀을 못 알아듣는지 요가 동작 설명이 어느 운동보다 복잡하지 헷갈린다. 오늘도 첫 번째 동작에서 또 그런 마음이 올라온다. 어깨와 날개를 따로 분리해서 쓰면서, 엄지발뿌리를 미는 느낌정도만 들면서 뒤꿈치를 살짝 밀며 허벅지는 당겨 쓰고. 이런 말에 마음이 복잡하다. 말과 함께 움직이다가도 한 구절 놓치면 이게 맞나, 무슨 말이야?! 하는 마음의 소리에 뾰로통하다. 가시 돋친 내면이 고개를 든다. 그중에 가장 화가 치미는 동작은 배를 들어 올리는 마음으로 가슴을 뽑아라. 이 말!! 이건 아무래도 안된다. 왜 안되냐고!!! 가슴을 뒤로 확 젖히고 싶다. 나도 고개를 젖히고 뒤로 뻗은 다리를 굽혀 당겨와 머리와 다리가 닫고 싶다. 왜 안되냐고!!

오요완을 외치기 위한 한 컷

이러다가 스쿼시가 요가보다 더 잘 되겠다. 요가 생활 몇 년인데 발전은커녕 내내 제자리다. 클라이밍도 제자리라 그만뒀는데. 요가 가서 왜 더 화를 안고 오는지. 오늘도 터덜터덜 나왔다. 엘리베이터 앞에 섰는데 다른 회원이 나보고 정말 꾸준히 한다고 하셨다. 그분은 유연해질 만하면 일이 생겨 두어 달씩 쉬었다 오는데 다시 와도 나는 항상 있단다. 저는 일주일에 두 번밖에 안 해서요. 얇고 길게 하고 있어요. 유연성이 하나도 없는데 늘지가 않네요,라는 말을 주고받으며 집으로 왔다.


‘얇고 길게’ 내 인생 모토인데 얇아도 얇아도 너무 얇아 굵어지려는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월요일 운동은 계속되겠지. 월요일 운동까지 끝내고 집에 오면 한 주 첫날의 뿌듯함으로 생기가 돈다. 집에 돌아오면 요가 동작에 대한 쭈글 한 마음도 사라지고. 이제 월요일은 헬스, 스쿼시, 요가로 운동 3종 세트 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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