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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테비 Mar 11. 2024

도서관은 비수기 운동은 성수기

새해맞이 PT

도서관 직원도 부업도 아니지만 도서관 회의에 참석한다. 도서관에서 맡은 역할은 운영위원회, 새책 선정 위원회,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기획팀, 토요 사서 봉사 당번(여기서 사서란 도서 대출 반납 하는 일을 의미한다)까지 잡다한 일을 다 맡았다. 토요 사서 당번은 청소년이 8살쯤부터 했고 올해가 17살이니까 거의 10년 동안 한 달에 한 번에서 두 번 토요일 도서관 문을 열고 닫았다. 일은 힘들지 않지만, 집에서 도서관까지 토요일 오전에 가기 위해 일어나서 준비하는 귀찮음에 올해 사서 당번을 그만둔다고 말했다. 그럼 이 일은 빼야 되지 않냐고? 겨우 두 달에 한 번 돌아갔는데, 내가 빠지면서 안 되는 분들도 있는지 한 달에 한 번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다. 2월 달에 결국 도서관으로 하루 나갔다. 벗어난 듯 벗어나지 않은 이 일의 굴레를 언제쯤 외면할 수 있을까.


도서관에 감자처럼(깍두기처럼) 일하는 나를 어디 가서(주로 북토크에서) 소개할 일이 있으면 도서관 활동가라고 하면 된다고 했다. 활동가라고 치고, 내가 활동하는 도서관 사업 중 가장 장기적이고 중요도도 높은 항목은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이다. 공고가 나기 전부터 회의를 하고 아이디어를 모아야 하지만 사이사이 다른 회의도 있기 때문에 3월부터 11월까지 바쁘게 돌아간다. 일주일에 한두 번 퇴근하고 도서관에서 보내는 날들이 많다. 이것 때문에 부부싸움도 좀 했을 만큼 도서관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 상대적으로 운동할 시간이 줄어든다(집안 일 할 시간만 줄어들겠냐며).


내가 요가 외에 다른 운동을 기웃거리게 된 사연이다. 저녁에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니 일주일에 두 번도 겨우 요가원에 갈 때가 많다. 먹는 양은 줄어들지 않고, 하루 걸음걸이 수도 점점 줄어드는데 요가원도 자주 안 가니 뱃살이 더 붙는다. 퇴근 시간이 이른 편이라 5시에서 7시 사이 할 수 있는 운동을 찾았고 클라이밍을 하게 되었다. 클라이밍과 요가를 함께 하더라도 유연성이나 체지방 감소는 체감할 수 없었다. 가끔 하는 인바디에도 숫자로 보인다.


도서관 비수기인 12월과 3월 초까지 여유로운 저녁시간이 생긴다. 같이 일하는 동료가 필라테스 PT를 수강했는데 자세를 집중적으로 가르쳐 줘서 좋단다. 나도 요가하면서 자세가 맞는지 궁금할 때가 많은데 PT가 도움 되려나. 내가 가는 요가원에 PT 수업이 있다. 선생님께 PT를 물어봤다. 의아한 얼굴로 왜 받으려고 하느냐고 물었다. 자세를 좀 더 잘 이해하고 싶다고 말했다. 10회 수업을 수강했고 자세의 이해보다 힘쓰는 방법에 대해 더 깊이 있게 알게 되었다(지금도 잘 안되지만). 10회 후 선생님께서 10회를 더 추천해서 20회 1:1 수련을 마쳤다. 요가 수련 1:1 PT 후 달라진 게 있느냐고? 아니!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요즘 다시 선생님의 말씀이 헷갈릴 때가 있다. 선생님의 설명도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고. 내 마음이 삐딱한지. 요가 권태기 아니야?! 좋아진 점이 하나도 없는 건 아니다. 요가 권태기일지언정 요가에 대한 애정이 식은 건 아니다. 요가 자체는 좋다. PT 할 때도 좋았고 지금도 좋다. 나이 들어도 꾸준히 할 수 있는 반려 운동 아닐까.

요가 수련 1:1 PT Room

1년이 지났다. 클라이밍에도 지치기 시작했다. 어느 한계를 넘지 못한다. 코로나19를 2023년 5월에 처음 걸렸다. 그 후로 체력이 바닥을 쳐 내려가더니 다시 올라오지 않는지 숨이 더 차고 운동 하면서 쉽게 지친다. 12월 말까지만 운동하고 그만하기로 마음속으로 정했다. 근력 운동만 해서 이런가. 유산소를 해야 배가 좀 들어가지 않을까. 여러 운동을 알아보다가 헬스를 해볼까 했다. 또 근력이려나. 러닝머신도 있으니까 유산소와 근력을 골고루 할 수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상담받았다. 코치께 웨이트 하고 싶고 무게도 쳐보고 싶다고 했다. 코치가 내 얘기를 쭉 듣더니 웨이트와 어울리겠단다. 10회를 수강했다.

레그 리프트 : 140kg까지 밀었다.
데드리프트 외 무게 증량하는 바

PT는 선생님들이 운동을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봐주시기 때문에 내 몸에 맞춘 강도로 진행한다. 헬스 PT 시간 동안 무게가 점점 늘어났다. 주위에선 내가 하니까 무게가 늘겠지 했다. 모르겠다. 정말 그럴까. 코치께서도 같은 말을 했지만, 그래도 140kg까지 발로 밀어내는 건 상상 이상인데. 상체와 하체를 번갈아가면서 진행했는데, 할 때마다 이유를 들이대며 이 운동과 안 맞다고 투덜거렸다. 레그익스텐션이라고 책상에 앉은 모양에서 다리를 무릎 높이까지 들어 올리는 운동이다. 이 운동이 정말 쥐약이다. 허벅지 앞쪽이 터질 것 같다. 요가를 오래 했어도 가슴을 앞으로 미는 동작이 잘 되지 않는다. 그것의 연장인지 데드리프트도 마음에 안 든다. 코치는 가슴을 밀어 올리면서 무게를 끌어올리고 내리고 하라는데 등이 평평해 꼭 스쾃 같은 자세처럼 보인다. 상체 운동은 가볍다고 만만하게 봤던 덤벨이 제일 두려운 대상이 되고.


코치에게 ‘무게 치고 싶다고 상담한 내가 미쳤나 봐요.’를 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 코치는 아니다, 할 수 있다, 더 할 수 있다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 시간들이 흘러 오늘 10회가 끝났다. 마음 같아선 더 수강하고 싶지만 PT가 비싸잖아. PT 전문 헬스장에서 양질의 운동을 하고 수강 중에 언제든 가서 유산소를 해도 되는 장점은 있지만 비싸다. 솔직한 마음이다. 가격이 조금만 더 저렴했어도 10회 더 수강했을까. 소비자의 마음이다. 헬스장을 운영하는 코치의 입장은 아니겠지. 어쩔 수 없지. 다음에 필요하면 다시 등록하는 수밖에. 오늘 코치에게 다음을 기약하는 인사와 함께 나왔다. 헬스장 옆 요가원으로 들어갔다. 헬스와 요가를 연달아 2시간 하는 월요일이 오늘로 마지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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