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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daum Feb 22. 2022

나는 아주  오래 살겠다

언어폭력

월요일 오후, 기존 고객의 전화를  한통 받았다.

2월 들어 해지 문의를 했던 고객이다.


재약정 기간이 도래하여  작년 5월   모델 가입을 설명하였고  모델별 차이점. 금액 2년 약정. 모든 걸 설명하고  재약정한  고객이었다.


재약정 당시 온갖 혜택들을  요구하여 많이도 챙겨드렸던.. 조금은 까다롭지만, ○○이 좋다며, 최고라며, 선택한 고객이기에 두말없이 진행이 되었던 그런 고객이다.


그렇게 1년  가까이  지난 이번 달,

뜬금없이 아이가 안 본다고, 안 한다고 연락이 왔다.

절차에 따라 2년 약정이니 해지금을 안내드렸다(이동 중 전산을 볼 수 없어 위에 상사분이 대신 전화통화)


서운했지만, 갑자기 마음은 변할 수 있는 것이니.. 이해했다. 그럴 수 있었다.

내가 손해 보더라도 해지를 원한다면 진행하는 것이 맞았다.

그렇게 처리되나 싶었는데..


오늘.. 나에게 전화가 온 것이다.


고객은 첫 말부터 욕으로 시작하였다.

평소 내가 알고 있던 사람이 아니었다.


고객의 주장은 이렇다

✔왜 당신이 전화 안 하고 그 윗사람이 전화하는 거냐

본인은 해지 위약금에 대해 아무 소리를 못 들었다

✔네가 설명을 제대로 안 했다

✔○○ 회사는 왜 이따위냐

✔○도에서 이렇게 일하고 되겠냐

✔어이! 당신을 고발하겠다

✔왜 문자하고 지○이냐

사에서 3개월 연체자에게 일괄 문자  갑니다..

✔우리 애들 ○○학교 다닌다! 인천 ○도에서 어찌 이러냐!

✔나는 해지금 못 낸다. 어이! 당신이 설명 안 했다

(계약서 원본에  다 있고   당사자가  사인하였고 1년 가까이 사용... 중간 해지 시 위약금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같이 화를 낼 수는 없었다.

대화가 안 되는 사람이 되어버려서   나라도 이성을 차려야 했다,


진정하자고 , 해결하고 싶어서 전화하신 거 아니냐고,

아무리 얘기하여도 고객은 무조건  나의 잘못이라고 소리만 쳤다.


사실.. 법으로 간다 하여도  나는 보호받는다.

분명히 계약서가 존재하고  역시 ○○최고! 너무 좋다! 하는 대화도 카카오톡에 증거로 남아있다.

그동안 사용했다는 것을 데이터만 보아도 알 수 있으며, 최근 1월 말까지 있는 포인트를 야무지게 다 사용도 하셨다.


그러나, 나는 같이 진흙탕에 빠지고 싶지 않았다.

이성을 놓인 고객을 상대로 실랑이를  하고 싶지도 않았다.


목이 메고 고구마 100개 먹은 기분이었으나 어찌 되었든  빨리 처리하고 싶었다.


그 고객이 원하는 것은.. 들어보니 결론은  돈이 문제였다.

위약금을 못 내겠다는 것이다.

하... 4회 미납금에 콘텐츠 사용금액 일부..

그것 때문에 내가 30분 넘게  욕을 먹었구나..


억울하고 화가 났다.


그 동네가 뭔데!

○○학교가 뭔데!

한 달 8만 원도 안 되는 돈 4개월  미납하면서   사람에게 어떻게 이런 경우 없는 짓을 하는 건데!


그래.. 그래.. 나 오래 살라고 이러는구나..

나 부족한 것 없이 부모님 사랑받고 자라  번듯하게 가정 꾸려  두 아이 키우며 한가정의 아내로,  남부끄럽지 않게  살았는데.. 이런 경우도 다 있구나.


지치고 힘들었다.

힘들지만 내가 정리해야 했다.

손해를 보더라도... 나를 위해 1분이라도 빨리 정리하고 싶었다.

.

.

예전 우아했던 인천 ○도 사모님이 위약금 몇십만 원에  이성을 잃었다가  다시 교양 있는 목소리로 돌아온다.

나의 제안에..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

.

전화를 끊고.. 눈물이 났다.

다행히 혼자 있던 시간이었다.

엉엉 울고 또 울었다.

억울했지만 우기는 사람에게는 그 어떤 설명도 안 통하기에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에 화가 나고 속상했다.


한참을 울고 멍하게 앉아 있었다.

마음에 안정을 찾기 위해 필사를 하는데 또 눈물이 났다.


그때, 아들이 학원에서 돌아온다.

"다녀왔습니다~  엄마 있잖아~~"  재잘재잘


"어~  왔어? 춥지? 먼저 손 씻고 와~  그러고 나서 얘기해~"


나는 아무렇지 않게 뒤돌아 눈물을 닦았다.


나는 오늘.. 평생 들어보지 못할 욕을 하루에 다 들었다.

이제 정말 정 떼라고 이런 다이내믹한 사건이 터지나 보다.


예전에 "영업을 못하는 사람"  글을 쓴 적이 있다.

나는 내가 잘하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상처가 깊게 베인 것을 보니.. 못하는 사람인가 보다.


75세까지 살 수 있는 운명이었다면  아마 나는 5년 연장되어서 80세까지는 살 수 있을 것 같다.


고객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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