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는 올해 74세 되셨다.
나이에 비해 여전히 고운 피부와 제법 괜찮은 몸매를 유지 중인 엄마다.
어렸을 적에 엄마는 그냥 엄마인 줄 알았다.
내가 태어날 때부터 쭈욱 엄마여서 처음부터 엄마인 줄 알았다.
내가 남긴 밥을 먹어주고 내 옷을 빨아 반듯하게 개어주고 내 머리카락을 곱게 묶어주고 비 올 때 국민학교 앞에서 서 있어야 했고. 집안일을 정리하고 맨 마지막에 거실에 앉는것이 당연했다.
집안일이든 바깥일이든 전부 다 ! 당연하게 해야 하는 것이 엄마인 줄 알았다.
내가 자라서 어느 정도 사리 분별할 줄 아는 나이가 되다 보니 그 당연하다고 느꼈던 것들이 전혀 당연하지 않았다.
엄마도 그녀의 엄마를(나의 외할머니) 보고 당연하게 해야 하는 일이겠거니 하고 익혀왔고 행했던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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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 엄마가 가끔~ 한껏 꾸밀 때가 있었다.
바로 일 년에 한두 번 만나는 가는 엄마의 엄마를 만나러 갈 때였다.
6.25 사변 때 참전 군인으로 남편을 잃고 홀로 우리 엄마와 외삼촌을 키워내었던 강인한 외할머니를 만나러 갈 때였다.
(외할머니는 예전에 돌아가셨다..)
외할머니는 우리 엄마가 집으로 돌아갈 때 가방에 보물 찾기라도 하듯 꾸깃한 봉투를 밀어 넣었고 늘 뭐라도 챙겨주려 바리바리 싸주셨다.
엄마는 집에 와서야 돈봉투를 발견하고 울먹이며 외할머니에게 전화하던 모습이 기억난다.
내가 다 자란 지금 , 그 모습과 소름 끼치도록 닮아있는 나와 엄마 관계를 보게 된다.
살다가 어려운 일이 생길 때 엄마가 내 주머니에 돈을 찔러준 적이 있다. 보란 듯이 잘 살아내고 싶은 마음 가득하건만.. 그 옛날 우리 엄마도 그랬을 것 같다.
시집가서 잘 사는 모습을 얼마나 외할머니께 보여드리고 싶었을까, 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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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도 10대 20대 30대., 시간이 있었다.
검은색 옷에 흰색 카라 교복을 입고 찍은 엄마 사진을 우연히 보았다.
분명 엄마 얼굴이건만 왜 이렇게 낯설던지,
또 미니스커트가 유행을 하던 시절이었을까?
제법 짧아 보이는 치마를 입은 아가씨의 모습도 보였다.
사진 속에 엄마는 시간이 흘러, 결혼 후 뽀글 파마를 하고 아이를 포대기에 업고 한 손에는 첫째 딸 손을 잡고 찍은 사진도 보았다.
엄마의 젊은 모습은 낯설고 신선했다.
아, 당연히 알고는 있었지만.. 우리 엄마도 고등학생 시절이 있었고 새색시 시절이 있었구나..
참 곱다.
이제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들고 아버지 없는 13년의 시간을 홀로 보내고 계시지만, 우리 엄마는 아직도 여자이다.
예쁜 옷을 보면 입고 싶고 , 하루에 거울을 아침. 점심. 저녁으로 살펴보며, 배가 좀 나오지 않았니? 신경 쓰고, 티브이 프로그램에 트로트 가수 (임영웅)를 보면 열광하고 나훈아 쇼 앞자리에 앉아 야광봉을 흔드는 여자이다.
우리 엄마는 소녀감성 가득한 여자다.
나는 그런 우리 엄마를 너무나 사랑한다.
엄마, 오래 곁에 건강히 계셔주세요.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