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adaum Jan 31. 2022

엄마

칠순이 넘어도 엄마는 여자다


우리 엄마는 올해 74세 되셨다.

나이에 비해 여전히 고운 피부와 제법 괜찮은 몸매를 유지 중인 엄마다.


어렸을 적에 엄마는 그냥 엄마인 줄 알았다.

내가 태어날 때부터 쭈욱 엄마여서 처음부터 엄마인 줄 알았다.


내가 남긴 밥을 먹어주고 내 옷을 빨아 반듯하게 개어주고  내 머리카락을 곱게 묶어주고  비 올 때 국민학교 앞에서 서 있어야 했고.  집안일을 정리하고  맨 마지막에 거실에 앉는것이 당연했다.

집안일이든 바깥일이든 전부 다 ! 당연하게 해야 하는 것이  엄마인 줄 알았다.


내가 자라서 어느 정도 사리 분별할 줄 아는 나이가 되다 보니  그 당연하다고 느꼈던 것들이 전혀 당연하지 않았다.


엄마도 그녀의 엄마를(나의 외할머니) 보고 당연하게 해야 하는 일이겠거니 하고 익혀왔고 행했던 일일 것이다.


-------------------------------------


아주 오래전 엄마가 가끔~  한껏 꾸밀 때가 있었다.

바로  일 년에 한두 번  만나는 가는 엄마의 엄마를 만나러 갈 때였다.

6.25 사변 때 참전 군인으로 남편을 잃고  홀로 우리 엄마와 외삼촌을 키워내었던 강인한 외할머니를 만나러 갈 때였다.

(외할머니는 예전에 돌아가셨다..)


외할머니는  우리 엄마가 집으로 돌아갈 때  가방에 보물 찾기라도 하듯 꾸깃한 봉투를 밀어 넣었고  늘 뭐라도 챙겨주려 바리바리 싸주셨다.

엄마는 집에 와서야  돈봉투를 발견하고 울먹이며 외할머니에게 전화하던 모습이 기억난다.


내가 다 자란 지금 ,  그 모습과 소름 끼치도록 닮아있는 나와 엄마 관계를 보게 된다.


살다가 어려운 일이 생길 때 엄마가  내 주머니에 돈을 찔러준 적이 있다. 보란 듯이 잘 살아내고 싶은 마음 가득하건만.. 그 옛날 우리 엄마도 그랬을 것 같다.

시집가서 잘 사는 모습을 얼마나 외할머니께 보여드리고 싶었을까, 나처럼..


-----------------------------------


엄마에게도 10대  20대  30대.,  시간이 있었다.

검은색 옷에 흰색 카라 교복을 입고 찍은 엄마 사진을 우연히 보았다.

분명 엄마 얼굴이건만 왜 이렇게 낯설던지,

미니스커트가 유행을 하던 시절이었을까?

제법 짧아 보이는 치마를 입은 아가씨의 모습도 보였다.


사진 속에 엄마는  시간이 흘러,  결혼 후  뽀글 파마를 하고 아이를 포대기에 업고 한 손에는 첫째 딸 손을 잡고 찍은 사진도 보았다.


엄마의 젊은 모습은  낯설고 신선했다.

아,   당연히  알고는 있었지만.. 우리 엄마도 고등학생 시절이 있었고 새색시 시절이 있었구나..


참 곱다. 


이제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들고 아버지 없는 13년의 시간을 홀로 보내고 계시지만, 우리 엄마는 아직도 여자이다.


예쁜 옷을 보면 입고 싶고 , 하루에 거울을 아침. 점심. 저녁으로 살펴보며, 배가 좀 나오지 않았니? 신경 쓰고, 티브이  프로그램에  트로트 가수 (임영웅)를 보면 열광하고 나훈아 쇼 앞자리에 앉아 야광봉을 흔드는 여자이다.


우리 엄마는  소녀감성 가득한 여자다.

나는 그런 우리 엄마를 너무나 사랑한다.


엄마, 오래 곁에 건강히 계셔주세요. 사랑합니다.










이전 09화 나는 아주 오래 살겠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