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오후, 기존 고객의 전화를 한통 받았다.
2월 들어 해지 문의를 했던 고객이다.
재약정 기간이 도래하여 작년 5월 모델 가입을 설명하였고 모델별 차이점. 금액 2년 약정. 모든 걸 설명하고 재약정한 고객이었다.
재약정 당시 온갖 혜택들을 요구하여 많이도 챙겨드렸던.. 조금은 까다롭지만, ○○이 좋다며, 최고라며, 선택한 고객이기에 두말없이 진행이 되었던 그런 고객이다.
그렇게 1년 가까이 지난 이번 달,
뜬금없이 아이가 안 본다고, 안 한다고 연락이 왔다.
절차에 따라 2년 약정이니 해지금을 안내드렸다(이동 중 전산을 볼 수 없어 위에 상사분이 대신 전화통화)
서운했지만, 갑자기 마음은 변할 수 있는 것이니.. 이해했다. 그럴 수 있었다.
내가 손해 보더라도 해지를 원한다면 진행하는 것이 맞았다.
그렇게 처리되나 싶었는데..
오늘.. 나에게 전화가 온 것이다.
고객은 첫 말부터 욕으로 시작하였다.
평소 내가 알고 있던 사람이 아니었다.
고객의 주장은 이렇다
✔왜 당신이 전화 안 하고 그 윗사람이 전화하는 거냐
✔본인은 해지 위약금에 대해 아무 소리를 못 들었다
✔네가 설명을 제대로 안 했다
✔○○ 회사는 왜 이따위냐
✔○도에서 이렇게 일하고 되겠냐
✔어이! 당신을 고발하겠다
✔왜 문자하고 지○이냐
본사에서 3개월 연체자에게 일괄 문자 갑니다..
✔우리 애들 ○○학교 다닌다! 인천 ○도에서 어찌 이러냐!
✔나는 해지금 못 낸다. 어이! 당신이 설명 안 했다
(계약서 원본에 다 있고 당사자가 사인하였고 1년 가까이 사용... 중간 해지 시 위약금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같이 화를 낼 수는 없었다.
대화가 안 되는 사람이 되어버려서 나라도 이성을 차려야 했다,
진정하자고 , 해결하고 싶어서 전화하신 거 아니냐고,
아무리 얘기하여도 고객은 무조건 나의 잘못이라고 소리만 쳤다.
사실.. 법으로 간다 하여도 나는 보호받는다.
분명히 계약서가 존재하고 역시 ○○최고! 너무 좋다! 하는 대화도 카카오톡에 증거로 남아있다.
그동안 사용했다는 것을 데이터만 보아도 알 수 있으며, 최근 1월 말까지 있는 포인트를 야무지게 다 사용도 하셨다.
그러나, 나는 같이 진흙탕에 빠지고 싶지 않았다.
이성을 놓인 고객을 상대로 실랑이를 하고 싶지도 않았다.
목이 메고 고구마 100개 먹은 기분이었으나 어찌 되었든 빨리 처리하고 싶었다.
그 고객이 원하는 것은.. 들어보니 결론은 돈이 문제였다.
위약금을 못 내겠다는 것이다.
하... 4회 미납금에 콘텐츠 사용금액 일부..
그것 때문에 내가 30분 넘게 욕을 먹었구나..
억울하고 화가 났다.
그 동네가 뭔데!
○○학교가 뭔데!
한 달 8만 원도 안 되는 돈 4개월 미납하면서 사람에게 어떻게 이런 경우 없는 짓을 하는 건데!
그래.. 그래.. 나 오래 살라고 이러는구나..
나 부족한 것 없이 부모님 사랑받고 자라 번듯하게 가정 꾸려 두 아이 키우며 한가정의 아내로, 남부끄럽지 않게 살았는데.. 이런 경우도 다 있구나.
지치고 힘들었다.
힘들지만 내가 정리해야 했다.
손해를 보더라도... 나를 위해 1분이라도 빨리 정리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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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우아했던 인천 ○도 사모님이 위약금 몇십만 원에 이성을 잃었다가 다시 교양 있는 목소리로 돌아온다.
나의 제안에..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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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를 끊고.. 눈물이 났다.
다행히 혼자 있던 시간이었다.
엉엉 울고 또 울었다.
억울했지만 우기는 사람에게는 그 어떤 설명도 안 통하기에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에 화가 나고 속상했다.
한참을 울고 멍하게 앉아 있었다.
마음에 안정을 찾기 위해 필사를 하는데 또 눈물이 났다.
그때, 아들이 학원에서 돌아온다.
"다녀왔습니다~ 엄마 있잖아~~" 재잘재잘
"어~ 왔어? 춥지? 먼저 손 씻고 와~ 그러고 나서 얘기해~"
나는 아무렇지 않게 뒤돌아 눈물을 닦았다.
나는 오늘.. 평생 들어보지 못할 욕을 하루에 다 들었다.
이제 정말 정 떼라고 이런 다이내믹한 사건이 터지나 보다.
예전에 "영업을 못하는 사람" 글을 쓴 적이 있다.
나는 내가 잘하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상처가 깊게 베인 것을 보니.. 못하는 사람인가 보다.
75세까지 살 수 있는 운명이었다면 아마 나는 5년 연장되어서 80세까지는 살 수 있을 것 같다.
고객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