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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어쩌면 N번째인생 1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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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녕 Oct 05. 2022

#10. 어쩌면 N번 째 인생

:: 원래 사람은 상대적인 것이라 ::

어쩌면 당연한 게 아닌 것일지도 몰라

스스로가 아주 평범하다고 생각할 때 있는가? 나는 매일을 반복적으로 살아갈 때 느낀다. 특히나 똑같은 업무를 반복적으로 하는듯한 느낌을 받을 때. 의미 없는 반복적인 활동을 할 때 죽어가는 느낌을 들기도 하고, 내가 정말 필요한 일을 하고 있지 않는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할 때도 있었다. 누군가는 그 일을 꼭 해야 한다고 한다. 중소기업에서만 일했던 나는 실무적인 부분에 아주 사소한 것부터 작업해야 하는데 이것까지도 내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보내온 지난 5년. 콘텐츠 마케팅, SNS 마케팅을 기업이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진행한 지 10 몇 년이 흘렀고 지금도 많이 변해온 광고의 시장에서 내가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일이 언제 갑자기 사라질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하기만 하다. 새로운 기술의 영역을 빠르게 적응하고 활용할 수 있다고 말하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늘 생각한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은 누구나 할 수 있고 접근성이 좋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해지고 나의 필요성은 줄어들고 있다는 촉박함이 나를 늘 긴장하게 만들었다.

허나,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그걸 듣던 지인들은 원래 사람은 상대적인 거라 본인이 하고 있는 경험했던 일들은 쉽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이들은 아닐 수도 있다고 한다. 또 누군가는 내가 살아가는 삶이 신기하다고 했다. 아, 어쩌면 나는 나만이 가진 능력을 가지고 살아갈지도 몰라. 이게 당연한 게 아니라면 기록을 해야겠다. 나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도록 기록을 하고 나의 세계를 확장시켜 나가야겠다.

보다 더 나를 들어낼 수 있는 세계

IMF 시절을 다시 겪은 것처럼 경제 위기가 왔고 저마다 살기 힘들다는 말씀을 많이 해 주셨다. 하지만 학력과 어학능력을 놓고 봤을 때 나는 다른 또래에 비해 현저히 부족하다. 하지만 확실한 건 디지털 노매드, 뉴 노멀 시대에서 내 능력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생겼다는 것.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마음가짐으로 이 생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글과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는 브런치부터 개인 SNS에서 내가 어떤 활동의 발자취를 남겼는지 연락을 하지 않아도 지인들에게 닿아 기회의 라인을 타고 내가 가진 능력으로 많은 경험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아, 지녕이는 그림을 그리는 아이지.', '여행을 많이 다닌 친구구나.', '늘 배우고 바쁘게 사는 사람이다.'라는 인식을 심을 수 있었다. 나의 캐릭터를 내 손을 만들어서 SNS상에서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SNS는 나에게 단순히 재미를 위한 플랫폼이 아니라 나의 다른 페르소나를 이야기할 수 있는 다채로운 팔레트 같았다.

최근에 금융권 대기업의 브랜드 전략(경영) 팀에서 이직 제안이 왔다. 내정된 확정자로서는 아니고, 지인의 추천으로 티오가 난 것을 알게 된 것 정도였다. 안정적인 기업에서 퇴사하고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되어 부랴부랴 나의 업적을 정리해 보았다. 내가 인간적으로 누구에게나 완벽한 사람은 아니지만 정말이지 참, 열심히 살았던 것 같다. 내가 맡은 브랜드가 잘되기를 늘 바랐고 그 브랜드가 고객의 구매 과정까지 데이터를 분석하면서 어떻게 하면 더 알리고 판매로 직결될 수 있을지 고민한 흔적이 내 이력서와 포트폴리오에 담기고 있었다. 예전의 포트폴리오 디자인이 너무 촌스러워 나의 감성에 맞추어 수정하여 주말의 이틀을 꼬박 새우고 완성했다. 1차 면접을 본 후, 일주일도 안되어서 2차 면접을 보았다. 1차 때와의 다른 분위기, 압박 면접이 30분 동안 진행되어 긴장을 늦출 수 없이 내 온몸은 땀으로 젖었었다. 나의 답변에 대한 질문의 꼬리가 쉴 틈 없이 이어졌다가 면접관이셨던 전무님께서 갑자기 포트폴리오 디자인은 누가 했는지 물어보셨다. 포트폴리오에 오탈자가 있는 것일까? 내용의 흐름이 별로였을까? 걱정을 하면서 식은땀은 내 재킷을 다 젖게 하였다.

"너무 잘 만들었는데?

디자인 감각이 정말 좋네요."

면접 중에 순간 울컥-하고 울음을 터뜨릴 뻔한 것을 겨우 참았지만 눈에 눈물이 고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지난 시절 나의 노력들, 내 작업, 공부, 업무, 성과 2N 년 동안 살아온 인생을 인정받는 기분이었다. 처음 뵈었던 어느 모 기업의 전무님께서 고생했다. 잘했네. 하며 토닥토닥 다독여주신 듯했다.

물론 그 기업에 최종 합격하진 않았다. 분명 나는 말실수를 많이 했고 어떤 대답을 했는지 기억이 잘 나질 않았으며, 아직 내 경력으로 금융권 브랜딩이라는 업무가 무거울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지방 4년제, 대한민국 20대의 평균으로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 갑자기 들어온 기회. 물론 그 기회를 잡진 못했지만 오히려 홀가분했다. '내가 살아온 길이 헛되이 지 않았구나' 하고 스스로에게 토닥일 수 있는 시간도 있었고 내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 채워야 할지 깨닫기도 했다. 그리고 다음 단계를 오르기에 아직 충분히 시간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어떠한 일이든 배운 것에 쓸모없는 것은 없었다 묘하게 삶의 지혜부터 업까지 이어져 오는 인문학과 철학의 그 경계쯤 야금야금 힘들었던 시련들을 극복하는 단계가 마치 계단 같았고 미래가 안보이던 하루하루의 생활들이 쌓여 뒤돌아 봤을 때 참 많이도 걸어왔었다

밑바닥부터 올라와 아직도 가야 할 길은 많지만 매번 매해 매 순간 꽃길이 아닐지 모르고 눈물을 수없이 흘리고 유혹에 흔들릴 수 있지만 법 앞에 당당하고 양심에 가책 없이 정직하게 살아오고 경제활동을 한 것에 스스로가 늘 떳떳하게 살아갈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