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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루 Jun 30. 2022

다른 사람으로 살고 싶어서

Karu's Story #20

환영합니다, Rolling Ress의 카루입니다.


  살다 보면 상처받는 일도 많고, 마음이 벅차오르는 일도 많죠. 제가 예전에 제 감정의 기복에 대해 얘기했던 게 있을 겁니다. 같은 맥락이에요. 특히 요즘같이 심적으로 불안한 시기에는 이러한 기복이 더 심해지기도 하죠. 우울할 때는 한없이 추락하곤 해요. 아예 감정 없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런데, 그런 생각은 좀 고쳐야겠습니다. 주변 친구들이 얘기해줘서 깨달았는데, 어쩌면 감정이 없다는 건 그것만으로도 커다란 고통이 될지 몰라요. 문제는 우리가 그것이 고통이라는 걸 인지조차 하지 못한다는 것. 행복하다는 감정조차 못 느끼고 살면 사는 게 무슨 소용일까요. 아무리 힘들어도 주변에서 함께 슬픔을 나누고, 기쁨을 함께할 사람들이 있기에 내가 지금까지 버텨올 수 있던 건데.


  저는 감정을 꺼내 두고 살아요. 제가 닮고 싶은 건 역시 감정 없는 AI입니다. 사실 제 성격 자체가 저렇게 굳어버린 탓도 있습니다. 저는 평소에 제 감정을 막 드러내고 다니지 않습니다. 지금도 아주 친한 사이가 아니라면 굳이 제 감정을 표현하고 다니지는 않아요.


  내 안의 세계관이 아니라 다른 매개체를 접한다면, 제 감정을 거기에 투영해서 지렛대처럼 쓰기도 합니다. 쉽게 말하면, 제가 특정 감정이 결여됐다 싶으면 그것과 연관된 매개체를 이용해 감정을 대신 느끼는 겁니다.


  저는 웹툰이나 영화를 잘 안 봐요. 그런 매체를 싫어합니다. 평소에는 '아 영화 그 시간만 뺏기는 걸 왜 봐', '웹툰 재미도 없는데 그런 걸 뭐하러 보지' 같은 생각이 뇌를 지배한단 말이죠. 그런데 가끔씩은 저의 활력소가 되어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외부에서 들어오는 감정이 제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치를 넘어버리면, 다시 말해 감정 한계 역치가 넘어버리면 문제가 발생합니다. 제가 그 감정에 휘둘리는 거죠. 저는 감정 없는 사람으로 살고 싶었는데, 그마저도 제대로 안 됐던 겁니다.


  가끔씩은 일부러 그러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가 의식적으로 감정을 먹어버리려다 보니 어느새 진짜 감정이 안 느껴지는 상황이 있어서, 어떻게든 살리려고 할 때. 슬픔도, 기쁨도, 그 외 잡다한 감정들도. 그런데 확실히, 행복해서 웃는 건 어렸을 때보다 많이 줄어든 것 같긴 해요. 억지로 웃음을 참는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러다 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들곤 합니다. 과연 난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일까.




  3학년 첫 주를 마칩니다. 코로나에, 위장장애에. 정신없는 한 주를 보낸 것 같아요. 단 3일이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피곤했던 한 주였습니다. 특히 첫날에는 급격한 피곤함이 절 괴롭혔고, 둘째 날부턴 제가 이 학교에 입학하면서 계속, 꾸준히 있었던 위장장애가 절 못 살게 굴더군요.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제가 많이 변했죠. 외적으로요. 사실 제가 유튜브에 제 영상을 올리고, 블로그에도 심심하게 제 뒷모습을 올렸던 이유가 있습니다. 저를 알리기보다는, 아래와 같은 이유가 더 컸죠.


여러분이 아는 카루는
이제 없으니까.


  그렇다면 왜 다른 사람으로 살고 싶어 할까요. 사실, 모든 걸 새로 시작하고자 하는 마음이 강했어요. 다시 처음으로. 3학년은 1, 2학년과 매우 다릅니다. 같은 학교를 다니면서도, 따로 산다는 느낌이 강해요. 기숙사 점호 시간도 다르고, 식사 시간도 항상 제일 먼저고, 각종 행사에 참여하지 못하고, 등교 시간도 다르고. 많이 힘들어요. 이곳에서 겪어왔던 모든 게 바뀌니까.


  제 자신을 바꾸고 싶어서. 지금까지 남들이 제게 심어왔던 이미지를 바꾸고 싶어서. 사실 몇 번이라도 절 관심 있게 봤다면 저라는 걸 금방 알 수 있겠지만, 복도에서 휙 지나가거나 기숙사에서 잠깐 눈 마주치는 것만으로는 저인 걸 모르더라고요. 저를 몰랐으면 해요. 저인 걸 못 알아봤으면 해요. 아예 우리 사이가 없었던 것처럼. 어설프게 형성된 인간관계들을 리셋하고 싶었습니다. '우린 아무런 공동체에도 속하지 않았던 겁니다. 그저 고양국제고의 학생이었을 뿐이에요. 나랑 당신들은 처음 만나는 사이입니다.'라고, 자기 최면을 걸었던 거죠. 결과는 성공이었습니다. 친한 친구들조차 이질감을 느낄 정도로 이전의 저와 많이 달라졌습니다. 제게 자신감이 좀 붙었습니다.


  작년의 저를 유지할 순 없어요. 이제 고등학교 3학년인데. 사실 작년까지만 해도 아무런 생각이 없었어요. 그런데, 고등학교 3학년이란 지위가 주는 사회적 압박감이 있잖아요. 그걸 저도 떨쳐내진 못했습니다. 위장장애가 심해진 것도 아마 이런 이유가 아니었을까요. 그래서 생각했던 게, 모든 걸 바꾸는 것. 나를 바꾸는 것.


  내면의 변화, 외면의 변화 모두 적절히 따라와줘야 합니다. 10기 여러분도 정말 혼란스러울 때가 많겠죠. 선배들 말처럼,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걸어나갑시다. 누구에게 휘둘리지 말고, 다른 사람들 휘두르지도 말고. 이제부턴 자신과의 경쟁이니까요. 불필요한 인간관계에 스트레스 받지 말고, 나쁜 일은 최대한 일어날 여지를 주지 말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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