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과수는 마침표다

02. 이과수폭포 '악마의 목구멍'에서 다음 문장을 고대하다

by 불꽃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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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구멍이라고 했다.

적진을 향해 맹렬한 기세로 달려드는 단기필마의 병사처럼

흘러가는 거센 물줄기에 눈을 맞추니

절벽으로 떨어지는 속도에 심장이 쪼그라든다

서늘한 물보라에 신경이 쭈뼛 가시를 돋운다.

이런,

삶의 수많은 다짐, 허다한 실패와 소소한 성취

그 감상에 젖을 찰나의 틈도 없이

툭!

아득한 깊이로 나동그라졌다.

악마의 목구멍 속으로 빠져 버렸다.


이과수 폭포는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에 걸쳐 있다. 아르헨티나 방면에서는 거대한 폭포 ‘악마의 목구멍’(Garganta del Diablo)을 위에서 볼 수 있다. 엄청난 수량의 물이 헤아릴 수 없는 폭과 깊이로 떨어지는데, 그 아찔함은 수많은 번뇌와 생존에 대한 공포마저 집어 삼킨다. 악마는 인생에 대한 구구절절한 변명 따윈 들어줄 생각이 없는 것 같다.


브라질 방면에서 이과수를 보면 여러 폭포의 전체적인 풍광이 눈에 잘 들어온다. ‘악마의 목구멍’을 아래에서 보는 셈인데, 끝일 것만 같았던 직각의 추락도 여기서 보면 평면의 순탄함으로 바뀐다. 새로운 생명으로 부활한 폭포는 강이 되어 흘러간다.


시인 황규관은 ‘비문(非文)도 미문(美文)도 / 결국 한 번은 찍어야 할 마지막이 있는 것, / 다음 문장은 그 뜨거운 심연부터다’라고 썼다.


너저분한 일상에서 마침표를 찍고 싶었던 적 얼마였던가. 돌이킬 수 없는 지난날의 선택에 대한 아쉬움과, 인연이 아닌 거라고 생각할수록 더 잊지 못하는 괴로움은 빨리 마무리해야할 문장들이었다. 그런데 무슨 미련 때문인지 무슨 두려움 때문인지, 그 마침표 하나 찍기가 참 힘들었다. 찍고 나면 별거 아닐 텐데. 절벽에서 내리 꽂히는 저 폭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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