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일흔하나
세탁기
김용삼
엄마는
기분이 울적할 때면
퍽퍽
빨래를 한다
오늘도 엄마는
아빠와 말다툼을 하고
쌩쌩
세탁기를 돌렸다
아빠 옷과 엄마 옷은
돌돌
껴안은 채
세탁기에서 나왔다.
아빠 옷과 엄마 옷은 돌돌 껴안은 채 나왔다
같이 사는데, 싸우면 불편하기만 한데.
할 말은 해야겠고, 나도 승질낼 줄 알고,
걍 논개처럼 남편 꼭 안고 세탁기에 동반입수 할깝쇼?
세탁기 속에도 사계가 있고
몸통 속에서 아름답게 꽃이 피고 지고
졸졸 시냇물이 흐르고
물거품이 해조처럼 밀려들다가
머리에서는 갈매기의 울음소리가 울린다던디.
말 잘 듣는 강아지풀처럼 뽀송뽀송
잘 건조될지도 모를 일이다
잘 건조되믄, 서로 말 잘 들을지도 모르자나유~
설애가 당신의 행복을 바라며 시 한 잔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