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일흔셋
젖은 낙엽族
이영식
가을비 지난 뒤 마당을 쓸었다
낙엽 몇 이파리 빗자루에 착 달라붙는다
도쿄대학 어느 여교수가 명명했다는
젖은 낙엽族이 이런 모습일까
일에 시간에 쫓겨 마땅한 취미도
노년의 준비도 없이 퇴직한 저 사내,
낙엽 된 슬픔이 깃들어 있다
아내의 그늘 맴돌며 떨어지지 않는다
이사할 때면 멍멍이를 품어 안고
차량에 맨 먼저 올라타야 하리라
밥 한 끼 지을 줄도 세탁기 쓸 줄도 모른다
속옷, 양말이 어느 서랍에 접혀있는지
연장통엔 뭐가 들었고 두꺼비집은 무얼 하는지
반상회도 쓰레기분리수거일도 모르고
혼자 놀 줄도 모른다
아내라는 빗자루에 물먹은 낙엽처럼
착 달라붙었다가 어디론가 쓸리기 전에
설거지를 배우자, 접시를 깨뜨리자
단추를 달고 구두를 닦자
혼자 장도 보고 야채 값도 깎아보자
책갈피 답답한 논리로는 넘어서지 못한다
아버지의 의자는 크레바스에 빠져 사라졌다
남편들아 오늘, 새에게 먹이를 주고
어항 속 금붕어 똥도 치우자
빨래를 널고 개자
빗자루 끝에 달라붙은 낙엽 파르르 떨고 있다.
* 크레바스(crevasse): 빙하나 눈이 갈라지면서 생기는 깊고 좁은 균열
황혼 이혼(결혼 30년 이상)이 많다죠?
이전에는 여성의 이혼소송으로 많이 했다는데,
남성의 요구도 늘고 있답니다.
이유가 짐작되시나요?
아내에게 버림받기 전에 내가 떠난다는 마지막 자존심 때문이랍니다.
황혼 이혼 건수는 주택매매 가격과 연동됩니다.
주택매매 가격이 떨어지면 재산 분할이 더 어렵기 때문입니다.
시대가 변하고 있습니다.
지금 배우자와 죽을 때까지 살려면,
배우자와 죽도록 대화해야 합니다.
베갯머리송사가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자기 전에 서로 많이 알아가는 시간입니다.
설애가 당신의 행복을 바라며 시 한 잔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