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일흔
아내의 빨래공식
이가헌
아내의 빨래공식은 늘 일정하다
물높이 중간에 놓고
세탁 십 분 헹굼 세 번
탈수 삼 분 후에 다시 헹굼 한 번
그러나 간혹 공식이 파기될 때가 있다
남편 잘 둔 친구를 만났다던가
나의 시선이 그녀를 빗나갔다 싶은 날이면
아내의 빨래 법칙엔 밟아빨기가 하나 추가된다
그런 날이면 나는 거실에 앉아
아내가 세탁실에서 나오기만을 기다린다
잔소리가 어디서부터 터질 것인지
마음 졸이며 지켜보다가
거실을 정리하다가 하지도 않던 걸레질을 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퇴근하고 온 날에도
아내가 빨래하는 시간만 되면 늘 긴장한다
예정된 공식대로 세탁기가 돌아가면
그제서 오늘의 스포츠 뉴스를 본다
세탁기가 돌아가기를 기다리는 시인의 마음이라면
'남편 세탁'은 필요없을 것 같네요.
세탁기가 제 시간에 도는 집
된장 찌개가 끓고 있는 집
수건이 가지런히 꽂혀있는 집
마음 편한 집이라는게 각자 다르겠지만,
집에 가면 마음 편히 쉴 수 있었으면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하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소망일 수도 있습니다.
살인 사건이 일어나는 가족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 책을 보면 깨달을 수 있습니다.
별 일 없는 일상이,
서로에게 살의가 없는 가족이란, 얼마나 좋은지를요.
설애가 당신의 행복을 바라며 시 한 잔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