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여든여섯
아름다운 실패
권성훈
온몸으로
관절을 푸는 가을
낙엽 한 잎
한해를 저물게 하고 있다
아,
앙상하게 무너져 내리는
아름다운 실패여.
고등학교 때 생물선생님께서는 낙엽을 나무의 똥이라고 설명하셨습니다.
필요 없는 걸 내보내는 식물의 작용이므로, 그 설명이 틀린 것은 아닙니다만, 쉽게 받아들이기는 어려웠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색으로 물든 나뭇잎을 굳이 똥이라고 생각하기는 싫었습니다.
차라리 아름다운 실패가 나을지도요.
그러나 낙엽이든, 똥이든, 실패든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다음을 위한 준비라는 사실이에요.
낙엽이 따뜻하게 덮은 땅에서 새싹이 날 것이고,
똥이 거름이 되어 내년에 풍성하게 열매 맺히고,
실패가 공부가 되어 성공을 위한 발판이 될 거예요.
그러니,
오늘의 낙하를
두려워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설애가 당신의 행복을 바라며 시 한 잔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