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여든넷
풍선
황학주
손에 쥐고 있는 것들이 갑자기 사라지는 날이 있다
아이에게 풍선을 불어 묶어주려다
갑자기 바람구멍이 열리자
풍선이 갯벌 위로 끌려 날아간다
무슨 말을 저리 온몸으로 하나 싶어 문득 소름 돋는다
간간이 대화를 하며 뭔가 부풀리다
열려버리는 바람구멍
묵은 굴레를 하나도 풀지 못한 채
입김처럼 그것이 사라지는 날이 있다
그 사이 나는 얼음장처럼 얼다 녹는다
색색의 풍선이 떠있는 바다
또 하나 풍선이 터지면
부끄러운 입술 하나가 다물어지는 걸까
풍선 속에 하나 둘씩 별을 묶던
여기, 마음은 그때 가난한 밤을 위한 묵념으로 흐른다
말이 나를 끌고 멋대로 날아가도
기절할 정도로 좋았던 시절은 이미 끝난 지 오래인데
아직도 풍선을 불고 있는
슬픈 입술
저는 제가 풍선 같다고 생각한 시절이 있었습니다.
기회를 타서 하늘로 하늘로 달아나리라 그렇게 마음먹었던 날이 있었습니다.
헬륨을 잔뜩 안고, 저 멀리 우주로 둥실둥실 떠가다
펑
기압을 이기지 못하고 터지겠지요.
그런 저를 세상에 뿌리내리게 한 건, 제 남편입니다.
(아마 지금은 왜 붙잡았나 후회할지도요.)
풍선이 제 분을 이기지 못하고, 큰 소리로 날아갔을 풍경은, 제 어느 시절과 닮았습니다.
바람이 조금만 더 들어가면 터질 것 같은 시절도 있었습니다.
그 시절들을 시로 버텼습니다.
읽고 쓰고, 마음은 펑펑 터지고
꾹꾹 눌러쓴 것은 시가 아니라,
갈 곳 없는 마음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 마음들,
저와 같았을,
빵빵한 마음이
조금씩 괜찮아지기를 저는 항상 바랍니다.
설애가 당신의 행복을 바라며 시 한 잔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