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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병, 설애의 의미

시 여든다섯

by 설애

가을병


정태현


날이 가고

달이 가고

어느새

가을 다가와


서리 내리고

잎새 물들면

또다시 일어나는 속앓이


무심한 하늘은

노을로 타고

대지엔 바람과 낙엽만 가득하니

가을은 그대로

마음의 병상이다



사진은 어느 퇴근길에 찍은 사진입니다.

비가 온 날이었고, 노을이 내려앉은 끝에 살짝 무지개가 있습니다. 비가 오면 종종 퇴근길에 무지개를 볼 수 있어요. 퇴근길 복지가 좋지요?


가을에 단풍 들어서 설레다가 노을 들어서 쓸쓸하다가 누군가는 않아 눕기도 하는군요.

저는 가을에 단풍도 노을도 좋지만, 높은 파란 하늘이 제일 좋습니다.


오히려 겨울에 흰 눈이 세상을 덮으면 쓸쓸해져요.


제 필명 설애雪의 뜻입니다.

이 시로 따지면, 겨울병이군요.


어느 날,

한강 님의 [희랍어 시간]에서 유사한 문장을 봤습니다.

"어, 내 필명이다"하며 사진 찍어두었지요.


펄펄 내리는 눈의 슬픔



사람마다 쓸쓸해지는 시점(트리거)은 다르겠지만.

노을 속에서 아프지 말고 예쁜 꿈을 꾸시길 바라요.


설애가 당신의 행복을 바라며 시 한 잔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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