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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년과 발레리나, 고사모사(高士慕師)의 공통점

시 여든일곱

by 설애

코스모스


반기룡


가녀린 몸짓

방긋 웃는 얼굴

가을 햇살과 함께

춤을 추고 있는 저 신들린 미친년


내 사랑 코스모스


김덕성


가을에는

코스모스가 있어야 하나 봐

모두 너무 좋아하니까


빨간 하얀 분홍색으로

곱게 화장하고

발레리나처럼 한들한들 가볍게 춤추며

반겨주니 참 고맙구나


햇살이 고와선가

도리어 신나게 나부끼는 곱다란 너

보면 볼수록 정이 드는구나.

너는 날 위해 이 땅에 온 거지

그렇지...


고마운 너

사랑할 수밖에 없구나


코스모스


조정권


십삼 촉보다 어두운 가슴을 안고 사는 이 꽃을

고사모사(高士慕師) 꽃이라 부르기를 청하옵니다

뜻이 높은 선비는

제 스승을 홀로 사모한다는 뜻이오나

함부로 절을 하고 엎드리는

다른 무리와 달리, 이 꽃은

제 뜻을 높이되

익으면 익을수록

머리를 수그리는 꽃이옵니다

눈감고 사는 이 꽃은

여기저기 모여 피기를 꺼려

저 혼자 한 구석을 찾아

구석을 비로소 구석다운 분위기로 이루게 하는

고사모사꽃이옵니다


이처럼 별명도 많은 꽃

신이 가장 먼저 만든 꽃

질서라는 의미이기도 한 코스모스(Cosmos)

순우리말로는 바람 불면 살살 흔들리는 살사리꽃

중학교 공책에서 찾은 '토박이 말'




코스모스를 자세하게 살펴보면, 가냘픈 한 송이 꽃이 아니라 한 다발입니다. 꽃잎 하나가 한 송이 설상화이고, 가운데 관상화가 있는 형태이죠. 이런 형태의 꽃을 두상화서(頭狀花序, capitulum)라고 합니다.

설상화는 혀 모양으로 넓고 길게 생긴 것이 특징이고, 관상화는 관 모양으로 생긴 것이 특징입니다.

코스모스 꽃잎이 8장이니, 8송이의 설상화가 있는 셈입니다. 코스모스가 속한 국화과 꽃이나 해바라기가 두상화서입니다.

출처 : https://m.blog.naver.com/hihichina12/222942288937


코스모스 피는 가을은 한국의 대표 풍경이라고 생각되는데, 코스모스는 1910년대 선교사에 의해 씨앗이 들어와 도입되었다고 합니다. 멕시코의 잡초라 자생력이 강해 무리 지어 피는 가을 대표 꽃입니다.


코스모스는 색이 다양해서 보는 재미를 더하는데, 각 색의 상징은 아래와 같습니다.


흰색: 소녀의 순결, 우정, 평화, 은총

분홍색: 사랑, 포용, 소녀의 순정

빨간색: 강렬한 사랑, 열정, 역동성

노란색: 자연의 美, 소녀의 연정, 긍정의 에너지

주황색: 야성적인 아름다움

보라색: 화려함, 독창성, 아름다움




코스모스 한 송이도 이렇게 다양한 시각으로 볼 수 있으니, 아직도 배울 것이 넘쳐납니다.

겸손한 마음으로 코스모스를 고사모사해 봅니다.


설애가 당신의 행복을 바라며 시 한 잔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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