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여든아홉
국화꽃 향기
고은영
나는 그녀의 이슬을 꿈꾼 적 있다
변하지 않는 천년의 향기로 와 부서지는 그늘 속
은근한 속삭임으로 앙 다문 그녀의 가슴을 열고
혼돈을 정갈한 질서로 채색하는 가을을 펼쳐
끝없이 방황하는 여린 영혼이
드디어 그녀의 꽃잎에 고이 잠들거나
촉촉한 결로 곱게 스미거나
아니면 그윽한 향기로 기화(氣化)되어
자취도 없이 사라져도 황홀한
무형의 존재를 꿈꾼 적이 있다
동명의 영화 [국화꽃 향기]를 펑펑 울면서 여러 번 봤습니다. 2003년이나 그 몇 년 뒤에도 어머니의 부재로 인한 그리움, 그리고 원망, 삶의 어려움 등이 섞여 이 영화를 보며 터져 나왔어요. 영화를 보는 포커스는 남녀의 사랑이 아니라 모성애였습니다.
시인과는 다른 이유로 저는 무형의 존재가 되고 싶었습니다. 삶을 어렵게 하는 모든 것들로부터 도망치고 싶었고, 그 원인은 어머니에게 많은 부분 쏘아졌으며, 그래도 살다 보니 살만해졌습니다.
국화는, 그중에서도 흰 국화는 장례식에 바치는 꽃입니다. 서양에서 흰 장미를 바치던 것이 동양에서 흰 장미를 구하기 힘들어서 흰 국화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오늘 제 슬픔에 흰 국화를 놓아봅니다.
나이 40살이 넘으면 인생은 본인의 몫이지, 누군가를 탓하면 안 되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 왔습니다. 지금 눈물이 나는 걸 보니, 조금은 남아있는 원망과 슬픔이 남아있는 지도요.
다시 한번 정중하게
원망과 슬픔을 보내봅니다.
설애가
오늘은
설애의 행복을 바라며
시 한 잔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