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여든셋
돌구유
손광세
인사동 골동품 가게 앞에
나와 있는
거들떠보는 이 없는 돌구유
빈 가슴에 빗물 받아
가을 하늘 품고 있다
노란 은행잎 한 장
띄워놓고 있다
내 가슴에는 무엇이 들어있나 무엇을 품고 있나
무엇을 띄워놓았나 생각하다 써봅니다.
가을을 대하는 태도
설애
가을에
가슴을 거울처럼 닦아서
가을 하늘과
단풍 흔드는 바람과
잠자리 몇 마리
비추고 싶습니다.
그 대신
비교하는 마음과
조급한 성질과
사소한 욕심 몇 개
버리고 싶습니다.
이번 가을,
저를 벼려보아야겠습니다.
설애가 당신의 행복을 바라며 시 한 잔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