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여든하나
9월
문인수
무슨 일인가, 대낮 한차례씩
폭염의 잔류부대가 마당에 집결하고 있다
며칠째, 어디론가 계속 철수하고 있다
그것이 차츰 소규모다
버려진 군용 텐트나 여자들같이
호박넝쿨의 저 찢어져 망한 이파리들
먼지 뒤집어쓴 채 너풀거리다
밤에 떠나는 기러기 소리 들었다
그러나 몇몇 집들이 더 돌아와서
또, 한세상 창문이 여닫힌다.
오늘 뉴스 시작합니다.
가을이 이기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부터 전해드립니다.
폭염의 잔류부대가 철수하고 있다는데요
한 번에 가는 것은 아니고
며칠동안 소규모로 이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마지막 폭염이 발악하고 가지는 않을까
우려하시는 분 계실 텐데요,
가을이 우리 편이라서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이상, 설애 지휘관이 전달합니다.
박참치님, 이제 해산합니다.
설애가 당신의 행복을 바라며 시 한 잔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