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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종소리 들으며

시 여든

by 설애

청효종(聽曉鐘)


김삿갓


霖雨長安時孟秋 임우장안시맹추

蟜南歸客獨登樓 교남귀객독등루

吼來地上雷霆動 후래지상뢰

擊送人間歲月流 격송인간세월류


鳴吠俱淸千戶裡 명폐구청천호릭

乾坤忽肅九街頭 건곤홀숙구가두

無窮四十年間事 무궁사십년간신

回首今宵一悲 회수금소우일비

김삿갓 시 모음집, 권영환 편역

가을이 되어 김삿갓 시인이 읊은 시를 옮기려다,

원문의 오류가 있어 책을 같이 올립니다.

원문은 "후래지상뢰동" 이라고 했는데, 한자는 "천둥소리 정"입니다.

두 글자를 처음 보고는 저도 같은 글자인 줄 알았습니다.

천둥소리 정은 비 우 雨 에 조정 정 廷을 합친 것이고, 구름일 연은 비 우 雨 에 늘일 연 延을 합친 것입니다.



하나 더 이상한 것은, 교남 嶠南입니다.

교남 嶠南은 조령(鳥嶺) 남쪽이라는 뜻에서, 경상남도와 경상북도를 이르는 말, 삼남(三南)의 하나입니다.

그런데 산쭈뻣할 교 嶠가 아니라 독충, 야만인 교 蟜를 가져왔습니다. 경상도가 아니라 특수한 지명이거나, 경상도 사람을 오랑캐로 본 것으로 보입니다. 혹은, 한자를 잘 못 옮긴 걸까요? 교남기라는 책도 한자가 두 개 혼용된 것으로 보였습니다.



밤 소宵는 해진 후부터 해뜨기 전까지이므로 밤이 아니라 새벽 종소리를 듣는 새벽으로 바꾸었습니다.


새벽 종소리 들으며


김삿갓 시, 설애 해석


장미비 내리는 초가을 장안

교남에서 돌아와 홀로 누각에 올라가니

종소리 지상을 울리는 천둥소리처럼 울부짖네

인간 세월은 종치며 흘려 보내네


닭 울고 개 짖는 맑은 소리 집집마다 들리고

홀연히 하늘과 땅, 모든 거리 적막하여

끝없이 이어지는 40년간의 일들

돌이켜 생각하니 오늘 새벽 다시 한번 슬프네


다시 생각해서 해석하였습니다. 약간의 해석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이 시를 짓는 심정은 전달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생각지 못한 한자공부 시간을 가졌으나, 이 시를 여러 번 생각하게 되어 즐거웠습니다.


1800년의 평균 수명이 35세~40세라고 하니, 인생의 끝에 가까웠을 40세의 김삿갓이 쓴 시입니다.

초가을 새벽 누각에서 종소리 듣는 김삿갓의 쓸쓸한 심정을 느껴봅니다.


[맞닿은 글]

축문시

파격시

설애가 당신의 행복을 바라며 시 한 잔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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