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더 풀, 공중그네, 면장 선거, 라디오 체조
뭐, 이런 의사가 다 있어?
오쿠타 히데오 작가의 대표 소설 [공중그네]에는 이상한 정신과 의사 이라부가 있다. 그는 [인 더 풀], [공중그네], [면장 선거], [라디오 체조]로 이어지는 이라부 시리즈의 주인공이다.
처음 이라부를 만난 게 2006년이니, 벌써 20년이나 지났다. 국내 소개된 순서와 달리 운이 좋게도 쓰인 순서인 [인 더 풀], [공중그네], [면장 선거], [라디오 체조]로 읽어왔다. 국내는 [공중그네]가 소개되고, [인 더 풀]이 그 인기에 답하여 번역되었다. 2023년, 최근에 [라디오 체조]가 17년 만에 나온 것이다. 작가는 자기 모방을 하지 않기 위해 쓰지 않다가 코로나 시대에 강제적 격리 상황에서 다시 이라부를 썼다고 한다. 시간이 흘러도 정신적 문제는 줄어들지 않았고, 이라부는 다시 나타날 수 있었다.
전반적인 소감은 이미 쓴 대로 "뭐, 이런 의사가 다 있어?"인데, "뭐, 이런"에는 다양한 의미가 있다.
일단 이라부는 이라부 종합병원의 아들로 대단한 부자에 노란색 포르셰를 몰고 다니며, 에르메스 양복에 샤넬 선글라스의 고급스러운 옷을 입는다.
그의 금수서적인 외적 요소는 뚱뚱한 중년의사, 병원에서는 흰 의사 가운을 입어서 흰 비다표범 같은 이미지로 거북함을 줄인다.
더 중요한 건 그의 성격인데, 일부러 만들어낼 수 없는 어린애 수준의 눈치 없는 천진함, 직설적 화법, 쾌활함을 갖추고 있다. 철없음과는 결이 다른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저절로 웃음이 나오게 하는 해방감을 주는 성격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유학파 의학박사이다. 그는 환자의 증상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처방은 극단적이며 그는 적극적으로 치료한다. 그런데 주사 놓는 걸 보는 것을 좋아하는 변태다.
거기다가 병원장 아들인데도, 그는 지하에 진료실이 있다. 호텔 같은 번쩍번쩍한 병원로비 아래 구석진 곳이다.
같이 일하는 간호사 마유미도 만만치 않다.
락밴드의 일원이며, 끝내주는 몸매에 노출 많은 옷을 입고 무심한 표정으로 주사 놓기를 귀찮아하지만 냅다 주사기를 꽂아버리는 간호사이다.
그의 외모, 성격, 박사라는 간판, 진찰실의 위치가 묘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다. 이 소설은 이런 극단적 균형을 편안하게 이끌고 있다.
그의 적극적 치료는 엉뚱하기도 하고, 행동을 요구하기도 한다. 공중그네에서는 서커스단으로 가서 직접 공중그네를 타고, 선단공포증이 있는 환자인 야쿠자랑 단판 지으러 가고, 겁쟁이 동기와는 장난치러 다니고.
자제력은 내동댕이치고 내키는 대로
자유롭게 행동할 것.
동심으로 돌아갈 것.
원인 규명과 제거.
산경의학의 기본이지
그게 일이면 일을 그만 둔다.
근처에 사는 사람과의 문제라면 이사를 간다.
대인관계라면 상대를 눈앞에서
사라지게 만든다.
독약을 먹이고 싶으면
약 이름 정도는 가르쳐줄 수 있지.
공이 던져지지 않는 야구선수에게는,
설마 하니 공이 반대 방향으로
날아가는 건 아닐 거 아냐.
기껏해야 90도 이내 오차일 테지
라고 한다. 무거운 문제를 일단 가볍게 만드는 것도 이라부의 특기다.
직장을 그만두고 주식으로 억만장자가 된 젊은이가 돈을 쓸 줄도 모르고 원룸에서 히키코모리로 살면서 주식 시간을 못 맞추면 공황장애가 오자,
놀면서 산다고 해도
인생이 50년 정도밖에 안 남았잖아?
흐음, 큰일이네.
라고 대응한다.
이런 처방으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사람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이런저런 심각한 일들에 비하면 작가의 고민 따위는 모래알 하나에 불과할 것이다. 사라진대도 상관없다. 바람에 날려가도 괜찮다. 그때그때 한순간만이라도 반짝일 수만 있다면.
공중그네의 여류작가 중에서
어떤 환자가 와도 하나의 인간으로 대하며
환자의 일상을 뒤흔드는 처방들
묘하게 마음 편한 정신과 의사
이라부를 한 번은 만나보았으면 한다.
<책의 미로> 일곱 번째 책,
[공중그네]를 읽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