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농담, 수선화에게

시 스물여덟

by 설애

농담


이문재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윽한 풍경이나

제대로 맛을 낸 음식 앞에서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은 정말 강하거나

아니면 진짜 외로운 사람이다


종소리를 더 멀리 내보내기 위하여

종은 더 아파야 한다



수선화에게


정호승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종소리는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마법을 부리는 걸까요?

어디선가 종소리 들리면,

같이 아프고 같이 외로워서

위로가 될 것 같습니다.

아니, 같이 울어버려도 좋겠습니다.


종소리


♧ 맞닿은 글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설애가 당신의 행복을 바라며 시 한 잔 나눕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