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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워요, 물가를 내려주세요.

시 백육십구

by 설애

눈을 뿌려주세요


허난설헌


하늘나라 눈 선녀님 어디 계세요.

바람 차고 얼음 어는 겨울이 오면

사냥꾼들 날뛰는 사냥철 되면

따뜻한 털옷으로 갈아입고서

추운 겨울 이겨내는 우리 동물들

사냥꾼들 손아귀에 씨가 말라요.

하늘나라 눈 선녀님 살려주세요.

소매 속 옥가루를 뿌려주세요.

하얀 가루 떡가루를 뿌려주세요.

연분홍 꽃가루를 날려주세요.


물가를 내려주세요


설애


하늘나라 구름 신선님 어디 계세요

바람 차고 얼음 어는 겨울이 오면

물가가 날뛰는 추운 계절이 오면

바람 막을 패딩 껴입고서

추운 겨울 이겨내는 우리 서민들

물가가 올라 사 먹을 게 없어요

하늘나라 구름 신선님들 어디 계세요

물가를 내려주세요

널뛰는 물가 잡아주세요

연분홍 봄이 오기 전에 얼어 죽겠어요


허난설헌 님의 고운 동시를, 서민들의 물가 타령으로 바꿔버렸지 뭡니까.

그럴 생각은 아니었는데, 내 월급 빼고 다 오르는 바람에 그래버렸지 뭡니까.

아직 추운데, 마음의 겨울은 더 매섭고 길 것 같아서 그랬지 뭡니까.


그러니 이해해 주세요.


설애가 당신의 행복을 바라며 시 한 잔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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