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백육십팔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조헌주
가난하다고 무시하지 마라
다투려하지 않는 사람이다
힘이 없어서가 아니라
내면은 그만큼 강한 사람이다
미소 맑다고 가식적이라 생각 마라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법
그는 겸손한 사람이다
저리 환하게 사심없이 미소 지을 수 있는 건
그는 가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난한 사랑 노래
- 이웃의 한 젊은이를 위하여
신경림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 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가난은 낭만이 아닙니다.
저는 돈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가난해봤으므로 가난이 가지는 무서움을 아는 사람입니다. 문형배 판사의 책 [호의에 대하여]에서도 나옵니다.
나는 가난이 얼마나 쉽게 인생을 흔들 수 있는지를 안다.
호의에 대하여, p225
돈이 있다고 마음이 풍요롭거나, 무언가를 이루어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가난은 죄가 아니고,
가난한 사람과 가난이 구분되어야 하고,
돈이 없는 것이 능력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가난하기 때문에 포기해야하는 것
가난하기 때문에 인생을 저버리는 것
이 정도로 가난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시인님의 더 많은, 더 좋은 시를 만나고 싶다면
건너가세요.
설애가 당신의 행복을 바라며 시 한 잔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