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손광세 나무, 나무 같은 시인

시 백육십칠

by 설애

동동숲에는 특별한 나무가 세 그루 있다. 《열린아동문학》의 특별한 코너에 작품과 함께 소개되지 않은 분들의 나무다. 그중에 더욱 특별한 나무는 동시인 ‘손광세 나무’다.

손광세 선생은 1945년 일본에서 태어나 해방과 더불어 경남 진양군 정촌면에서 자라면서 정촌초등학교, 진주사범학교 병설중학교, 진주농고, 진주교육대학과 서울교육대학교를 졸업한 시인이자 시조 시인이다.

(중략)

이 무렵 《열린아동문학》은 선생에게 원고 청탁을 했고, 선생은 마지막으로 쓴 작품을 보내왔다. 8월 4일, 건강 관계로 ‘열린한마당’에는 참여할 수 없다며 ‘제비꽃’과 함께 ‘잠자리 기자’를 보내왔는데, 나는 너무 일찍 도착한 원고를 놓쳐 가을호에 실지 못하고 2017년 겨울호에 실었다. 9월 6일, 40년 잡지 만들면서 처음 있는 일이라고 곡진한 메일을 드렸더니 9월 7일, 작업하다 보면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연락줘서 감사하다고, 빛나는 가을 겨울 맞으라는 짧은 답신을 보내왔다. 12월 1일 발행되어야 할 겨울호는 제날짜를 지키지 못했고, 선생은 12월 8일 타계했다. 분명 책을 보지 못했을 거라 생각하니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그래서 이듬해 봄에 ‘손광세 나무’가 생긴 것이다.


[글, 사진 출처]

http://www.gosnews.kr/default/index_view_page.php?part_idx=470&idx=23309


나무들


손광세



나무들이

뚝딱뚝딱 망치질을 한다.

초록빛 바람 쉬어 가라고

두 다리 토당거리며

노래를 부르고

재재갈재재갈

맘껏 떠들다 가라고

의자를 만든다.

순한 빗방울도 앉았다 가고

목빛 고운 새들도

머물다 가라고

나무들이

작은 의자를 만든다.

참 많이도 만든다.


오늘은 손광세 시인의 기일입니다.

[땡볕], [여행]과 [인사동 돌구유에 떨어진 은행잎]으로 소개드린 적이 있습니다.


시에서 느껴지는 인간적인 면모는, 원고를 누락한 편집자에게 작업하다 보면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하며 연락 줘서 감사하다며 빛나는 가을 겨울 맞으라는 짧은 답신을 보냈다는 일화에서 다시 한번 반짝입니다.


나무 같은 시인입니다.

그의 시가 그 나무에서 항상 반짝이고 있습니다.


손광세 시인님,
시인님의 나무 같은 시에서
제 마음이 새처럼 쉬어갑니다.
감사합니다.
평안하세요.


설애가 당신의 행복을 바라며 시 한 잔 나눕니다.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07화부동의 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