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백육십오
겨울나무로 서서
이재무
겨울을 견디기 위해
잎들을 떨군다.
여름날 생의 자랑이었던
가지의 꽃들아 잎들아
잠시 안녕
더 크고 무성한 훗날의
축복을 위해
지금은 작별을 해야 할 때
살다보면 삶이란
값진 하나를 위해 열을 바쳐야 할 때가 온다.
분분한 낙엽,
철을 앞세워 오는 서리 앞에서
뼈 울고 살을 떨려 오지만
겨울을 겨울답게 껴안기 위해
잎들아, 사랑의 이름으로
지난 안일과 나태의 너를 떨군다.
변화에서, 진화에서 살아남으려면 모두 짊어지고 갈 수는 없습니다. 떨구고, 줄여서 참는 인고의 시간을 견뎌야 봄이 옵니다.
겨울을 겨울답게 보내려니, 마음이 더 바빠집니다.
안일과 나태를 떨구고,
겨울을 잘 보내봅시다.
설애가 당신의 행복을 바라며 시 한 잔 나눕니다.